수목원 스탬프 투어의 본부! 특별한 야행
드디어 왔다! <수목원 스탬프 투어>의 저자로서, 가장 와 보고 싶었던 곳. 바로 "수목원 스탬프 투어"의 본부인 <국립세종수목원>이다.
1박의 숙박을 위해 짐 싸는 걸 제일 싫어하는 내가 오늘을 위해 룰루랄라 짐을 싸고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세종이면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은데 왜 숙박까지 하나 의아해 할 수 있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야간개장에 갈 거니까!
세종까지 가는 길 중간에 <금강수목원>에 들러 어싱(earthing)을 한 후, 호텔에 들어갔다. 배정받은 16층 객실에서 보이는 호수 공원 옆이 바로 국립세종수목원이란다!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뷰를 바라보며 잠시 땀을 식히고 휴식을 좀 취하다가 5시가 조금 넘어 호텔에서 출발했다.
호텔에서 국립세종수목원까지는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5시 반쯤 도착했다. 야간에 열리는 플리마켓을 구경하면서 들어갔는데도 6시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야간 개장 주의사항 두 가지!
1. 6시부터 표 구매 시 반값! (성인 2,500원)
2. 야행을 위한 호롱불 대여! (9시까지는 반납)
기다림이 간절할수록 시간은 더디게 간다. 영원 같은 시간을 기다린 후 6시가 되고, 표를 구매했다. 검표하자마자 다시 줄을 서서 호롱불도 대여했다. 자! 가자!
이 행사의 이름은 "국립세종수목원 야간개장 특별한 야행". 저녁 6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음악회 등의 행사와 함께 한다.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첫 번째 순서는 "수목원 스탬프 투어"의 스탬프 찍기. 기프트샵 바로 옆에 노란 박스가 있다. 우리가 수목원 스탬프를 찍고 있는데, 갑자기 뒤로 줄을 서길래, 아, 이제 수목원 스탬프 찍는 사람이 많아졌구나! 하고 잠시 기뻤는데...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수목원 스탬프 투어가 아닌, 국립세종수목원 내에서만 운영하는 "이야기가 있는 스탬프 투어"로 착각한 사람들의 줄이었다.
국립세종수목원의 대표수종은 붓꽃. 수목원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사계절 전시 온실로 붓꽃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 이제 붓꽃 속으로 들어가 볼까?
마침 <특별 전시 온실> 안에서는 <피노키오와 향기로운 여행>이란 행사가 운영 중이었다. 피노키오의 집과 실험실 등 예쁘게 잘 꾸며 놓기도 했지만, 온실 안에 들어가자마자 풍기는 향이 기가 막혔다. 인공향이 아닌 자연의 향, 갖가지 에센셜 오일들이 믹스된 향긋한 냄새. 파랑과 분홍빛 조명이 갖가지 아이템들과 어우러져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열대 온실>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열대 식물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 크기와 싱싱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온실 규모는 여태 우리가 본 것 중 최대였다.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 거대한 식물 사이로 반딧불이 느낌의 조명들이 곳곳에 켜져 있다. 그만큼 이동 인구도 엄청났다. 뭘 하나 제대로 보기 힘들 만큼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녔다.
압권은 <지중해 온실>. 온실 중앙을 거대한 분수대가 가로지르고 있다. 그 옆으로 키가 큰 야자수들과 지중해 식물인 올리브 나무 등이 가득 서 있다. 특이하고 예쁘지만 이름은 생소한 식물들도 그득하다. 중간중간 포토 스팟처럼 나오는 건물들은 티비에서 보던 그리스식 건물을 닮았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특이한 모양의 선인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신 감탄하며 걷다 보니,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게 보인다. 뭐지? 한국 사람들 특징, 줄 섰네? 그럼 나도 일단 서고 본다.
조그마한 엘리베이터엔 10명도 채 타지 못 한다. 몇 번의 오르락내리락 후 나도 엘리베이터를 탄다. 단숨에 올라가 2층에 내린다. 우와. 전망대다. 문을 열고 나가니 세종시의 야경이 한눈에 보인다! 아직은 덥고 습한 날씨지만, 이곳에 올라와 야경을 바라보니 왠지 시원한 듯하다!
온실을 다 봤으면 이제 야간 개장의 하이라이트 <한국 전통 정원>으로 가보자. 야간개장에 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여기 있나 싶을 정도로 북적이는 한국 정원. 이곳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라고 등불을 대여해 줬나 보다. 사진 한 장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하고, 사람을 피해 찍기도 어렵다.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아 발밑이 잘 안 보이지만, 그래서 손에 든 등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한국 정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해가 완전히 져 버리기 전에 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거대한 온실을 꼼꼼히 다 즐겼다면 이제 야외로 나가야지. 아쉽게도 야간 개장 동안엔 야외가 전면 개방되지는 않는다. 안전상의 문제겠지. 들어가지 못하는 곳 앞에는 경광등을 든 진행 요원들이 자리하고 있고, 바닥 불도 꺼져있다. 그러니 바닥에 켜진 불을 따라가면 되는 것. 사람들이 가는 쪽으로 함께 걸어가다 보면 창덕궁의 후원을 재현했다는 <한국 전통 정원>이 보인다. 한국식 건물 솔찬루와 정자인 도담정. 그 사이 연못. 야간 개장에 들어온 사람들 절반 이상이 이곳에 있는 듯 북적북적하다. 이곳이야말로 진짜 포토스팟. 그러나 사진 좀 찍으려면 줄 서야 하고, 어디 좀 들어가려면 기다려야 한다. 와, 세종시민들 다 여기 있나 봐!!
하나 아쉬운 점은 너무 깜깜할 때 와서,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이 어둠에 너무 많이 가려졌다는 것.
"들어오자마자 여기부터 올 걸 그랬어."
"그럼 다음에 또 오지 뭐!"
그래, 그렇게 쉬운 일이지 뭐!
다음 날, 호텔 체크 아웃을 하자마자 우리는 또다시 수목원에 들렀다. 전날 오후에 이미 스탬프 담당 직원분이 퇴근하셔서 코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 <수목원 스탬프 투어>를 하며 스탬프를 찍으면, 각 수목원의 대표 수종이 새겨져 있는 코인을 받게 된다. 보통 수목원들은 코인을 가지고 있지 않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우편으로 보내주고 있다. 그 코인을 직접 받는다니, 감격적이었다! 그러나 담당 직원분은 어째 수목원 스탬프 투어에 대해 우리보다도 모르는 듯... 그리고 조금 퉁명스러우셨다... 어쨌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제 우리 또다시 떠나는 거야!
Tip. 국립세종수목원의 야간개장은 24년 10월 12일까지였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돌아다니다 보니 가족단위로 많이 왔고, 세종시 시민들은 거의 무료나 다름없나 보더라. 먹거리를 들고 온 가족들도 많던데, 진행 요원들이 많음에도 다들 먹고 있는 걸 보면 음식이 허용되나 보다.
Tip2. 이번 주부터(10월 9일) 내년 5월까지, 특별 전시 온실에서는 <쥐라기 가든:식물의 탄생과 진화>라는 기획 전시를 한다고 한다. 정글같이 빽빽한 식물들이 전시된 곳이라 분위기를 충분히 자아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