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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Oct 19. 2024

눈 덮인 <원대리 자작나무숲>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22년 겨울. 코로나가 한바탕 극성을 부린 후, 우리는 무척 많은 여행을 다녔다. 서울은 비좁고 다들 이 극악한 병에 민감할 때라 눈만 뜨면 밖으로 밖으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났다.


가능하면 현지에 11시 전에 도착했고, 식당에 가면 늘 1등이었다. 재빨리 점심을 먹고, 역시나 사람이 없는 카페로 간다. 커피를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나는 책, 고투어는 영상. 그러다 사람이 하나둘씩 들어오면 오늘의 여행지로 출발했다.


전전날까지 눈이 많이 왔다는 오늘의 여행지는 입구부터 아이젠 파는 사람이 시끄럽다.


"우린 없어도 되나?"

"어제 올라온 영상 봤는데, 다들 아이젠 없이 잘 다녀!"


역시 철저한 고투어.


본격적으로 오르막 길이 시작됐다. 눈이 온 곳에 또 온 데다 사람들이 계속 밟아서 꽁꽁 얼어붙은 곳이 태반이다. 오르는 사람들은 괜찮지만 내려오는 사람들은 휘딱휘딱 넘어질 듯하다. 가장자리에 야자매트를 깔아 둔 곳으로 걸어야 안전하다.


쉬운 길 1시간, 어려운 길 80분.

당연히 쉬운 길로 가야지! 했지만 통제다. 어쩔 수 없이 모두가 다 어려운 길로 간다.


"자작나무는 언제 나와?"

도대체 아무리 올라도 자작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고투어의 대답은 한결같다.


"응, 조금만 더 가면 나와."

"너 와 봤어?"

"아니, 영상으로 봤어."


숨이 목 끝까지 찼을 때쯤, 하얀 설원 위에 눈만큼이나 하얀 나무가 보였다. 서울 근교에 자작나무로 유명한 몇 군데에서 본 것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빽빽하게 있어도 될까? 분명 다른 곳에선 듬성듬성 있었는데. 빈틈없이 꽉 차 있는 자작나무를 보니 웃음꽃이 절로 폈다. 너무 예뻤다. 너무 신기했다. 나무가 이렇게나 아름다울 일인가.


여행지에 갈 때는 항상 예정 시간이라는 게 있다. 우리 여기서 몇 분 있을거야 라는. 우리는 이 날, 예정보다 한참이나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렀다. 어떻게 올라온 길인데 휙 보고 내려가리. 꼼꼼히 보고 또 보고, 전망대에 올라가서도 보고, 다른 길로 내려가서도 봤다. 아이젠이 없으면 못 걷는 곳은 피해서 간다는 명목으로 다른 길로 돌아가면서도 봤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의 첫 영상놀이가 시작되었다. 이 때 찍은 고투어의 영상을 보면, 군더더기없이 그저 깔끔하다. 숨 죽여 뒤따라오며 찍은 영상. 나는 찍히는 줄도 몰랐다. 이 영상이 우리의 영상 채널의 첫 영상이 되었다.


지금 고투어의 영상은 뭐랄까, 과도기다. (본인도 아마 인정할 듯) 내가 해 주고픈 말?


"그렇게 다 크는 거야. 잘 크고 있어!"




이듬해 여름이 되기 직전에 다시 한 번 방문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흰색과 푸르름의 조화로 또 다른 멋이 있었다. 겨울숲에 청량함이 확 더해진 듯한 느낌. 완전히 다른 코스로 올라갔는데, 겨울보다 몇 만배는 더 힘들었다! 날이 더워지니 더 힘든 듯했다.


"겨울이 더 낫다!"


그래, 겨울이 더 아름다웠다. 신비롭고.



https://youtube.com/shorts/lbF8YFdNC8A?si=kyMUN-3mnWr6Pm93


초심자의 아름다움이 있는 어색한 영상도 첨부해 본다. 겨울 자작나무 숲을 보시고 싶으시다면 살포시 눌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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