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베고니아새정원
엄청나게 비쌌다! 그동안 가 본 곳 중 최고! 인당 3만 원이라니! 물론 네이버로 구매해서 40% 할인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럴 바엔 그냥 40프로 할인된 가격을 입장료로 내걸면 안 되는 걸까? 도착해서 보니, 전광판에 3만 원인데 할인 중이라고 쓰여 있었다. 네이버 예약과 다를 바 없는 가격.
가끔 나는 입장료에 광분한다. 광분해 들어가서는 만족하고 나온다. 그래, 그럴 수 있어! 하면서.
가평군 설악면은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자주 가게 되는 곳 중 하나다. 서울에서 가깝다 보니 맛집, 예쁜 카페, 놀거리가 풍부하다. 풍경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양평 쪽으로 가다 산 위에 우뚝 솟은 하얀 성채를 본 적 있을 거다. 볼 때마다 궁금했는데, 아마도 종교 시설이지 않을까 생각만 했다.
오늘 우리가 간 곳에서는 그 하얀 성채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예상했듯 종교 시설이었다. 내가 이곳에 들어와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정갈한 동네. 마을 전체가 종교 시설처럼 보이는 그 한가운데 <가평베고니아새정원>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반겨주는 예쁜 정원과 큰 독수리 한 마리. 꽃과 새가 있는 이곳에는 라마 같은 작은 동물들도 있었다. 당연히 먹이 체험 가능!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라마에게 당근이나 먹이고 있을 시간이 없지! 우리는 곧장 실내 온실로 들어갔다.
이름에 걸맞게 온실 안은 온통 베고니아다. 종류별로 심어 두고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해 사진 찍는 스폿을 만들어 두었다. 베고니아 정원을 지나면, 미디어 아트 전시실이 있고, 전시실 사이에 거대한 국화 꽃밭이 있다.
바닥에 있는 가을꽃 국화들은 생화, 하늘에 매달려 있는 여름꽃 등나무 꽃은 조화다. 살아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이 만나 사랑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열광하고 기뻐하고 사진을 찍었다.
놀라기는 이르다. 그다음으로 나간 거대한 온실은 새들의 천국이다. 내 앞을 스쳐지나 걸어가는 여러 종류의 새들.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주는 먹이 체험, 그리고 앵무새 생태 설명회까지. 한쪽 벽면에 있는 수조에는 귀여운 펭귄들이 헤엄치고, 수조 옆 호수에는 검은색 고니와 플라밍고가 함께 있다!
똑똑하고 아름답지만 멸종 위기인 새들이 보호 중이었고, 호기심 많은 이 새들이 사람을 궁금해했다. 인큐베이터에서는 소쩍새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들을 보고 있는 우리를 구경 중이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아마 "밤톨이"가 아닐까. 3천 원을 내고 조용히 기다리면, 시간 맞춰 곰처럼 든든한 사육사님이 밤톨이와 함께 등장한다. 작년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올빼미 밤톨이는 사육사님에게 꼭 붙어있다. 차례를 기다리다 순서가 되면, 사육사님이 조용히 밤톨이에게 앞에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고 밤톨이가 그 사람에게로 건너간다. 친해지기 위해 간식을 하나 주고, 사진을 함께 찍는다. 잘 살라 인사를 건네주고 작별을 고한다. 이 과정이 지루할 만도 한데 사육사님은 한 사람, 한 어린이 다정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고 충분한 시간을 갖게 해 주셨다. 할아버지도 어린아이도, 사육사님도, 연신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밤톨이까지 만났으면, 이제 바깥 정원으로 나가야지! 작지만 알찬 바깥 정원엔 핼러윈 장식과 핑크 뮬리가 한창이다. 온통 핑크 뮬리로 가득한 정원을 돌다 보면, 아까 실내에서 만났던 보라색 국화도 잔뜩 만나게 된다.
"뭐야, 정원이 생각보다 작다!"
라고는 했지만, 실내에서 보낸 시간만큼 정원에서도 알찬 시간을 보냈다. 매년 가을마다 만나는 핑크뮬리, 이제 지겹지 않아? 하면서도 사진을 잔뜩 찍었고, 작년부터 자꾸만 내 눈길을 끄는 이 보라색 국화 이름이 '아스타'였지 하며 예쁘다, 곱다, 연신 쓰다듬었다.
"또 오진 않겠지?"
"응. 볼만큼 봤잖아. 또 모르지. 몇 년 후에 또 올지."
근데...
'밤톨이를 안 만져 본 건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