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지움조각미술관
그 무렵 우리는 티비 시리즈 물에 빠져있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 존재, 불가살에 대한 드라마였는데, 배우들 연기가 어찌나 어색한지. 그래도 소재가 재밌어서 우리는 여주와 함께 도망 다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고성의 한 미술관. 이름은 <바우지움>이었다.
드라마에서는 불가살이 살고 있는 집으로 나왔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바우지움을 와 본 사람이라면 여주를 잡지 못해 안달인 불가살이 집안에 무료하게 누워있는 장면만 보고도, "아, 바우지움이다!" 할 정도로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티켓팅을 하고 좁다란 돌담길로 걸어 들어가면 얕은 물의 정원이 나온다. 전시관은 물의 정원을 안고 있는 모양새였는데, 의례히 있을 법한 조형품과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야외 정원이 아름다웠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9월 초입이었다. 환상적인 가을 하늘과 아직 초록인 잔디, 그리고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낙엽들의 조화가 기가 막혔다. (9월에? 그랬을 리가! 했겠지만, 2019년의 고성은 그랬다.) 그 환상적인 조화에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어떻게 찍던 예술이었다. 그 고요함 속에 분주함도 있었다. 오후 5시로 예정되어 있는 피아노 독주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드레스를 입는 분이 왔다 갔다 했고, 울퉁불퉁한 물의 정원가 돌 위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였다. 연주회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 우리는 출구 쪽에 있는 카페로 갔다.
티켓팅을 할 때 받은 카페 바우 무료 음료권으로 우리는 시원한 유자차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개방감이 무척 좋은 "카페 바우"는 어디에 앉든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고 나뭇잎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멍 때리기 좋은 곳. 한 번씩 나오는 피아노 독주회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만 아니면!
결국 우리는 독주회를 보지 못하고 나왔다. 이 기가 막힌 풍경에서 아마 무척이나 아름다웠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 보다 더 멋진 추억을 얻었다. 가끔 나는 이곳 카페에 앉아 있었던 그때로 되돌아간다. 편안하고 고요했던 그날로. 함께 있다는 안정감으로. 게다가 나는 이곳에서 꽤 마음에 드는 프로필 사진도 얻었다.
벌써 오 년 전 일, 지금은 소나무 정원이 멋지게 자리를 잡았겠지?
Tip. 좀 더 멋진 풍경은 https://www.bauzium.co.kr 에서 확인하시라! 울산바위가 보이는 풍경과 물의 정원에 석양이 비추는 모습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