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여행 중에 만난 카페 라리페
말 귀를 닮았다고 해서 마이산. 누구에게는 가까운 그곳은 서울에서는 길이 안 막힐 때 세 시간은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이십 대 중반쯤에 가보았으니 20여 년 만이다. 말 귀 모양이 뭐 그리 달라졌을까 싶지만, 기억 속의 그곳과는 사뭇 다른 풍경. 기억 저 편에 있는 그곳은 약간 정신없고 복잡한 곳이었다면, 다시 온 이곳은 말끔하게 정돈된 깔끔한 모습이랄까. 들어가는 입구부터 '이곳이 정녕 내가 몇십 년 전에 왔던 그곳인가' 싶을 정도로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가장 많이 변한 건, 동네 분위기다. 사람 사는 집들도 예쁘게 잘들 지어놨지만, 개성 넘치고 예쁜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고투어가 데려간 카페 라리페도 그랬다.
그냥 평범한 카페였다. 요 근래 많이 보이는 주인장이 사는 집과 일하는 카페가 한 마당을 쓰는 형태. 높은 곳에 위치한 데다 사방이 창이라 햇살이 그득그득 들어왔다. 테이블이 많은 편은 아니라, 일단 빈자리에 앉았다.
"여기 꽈배기가 진짜 맛있데!"
그럼, 꽈배기 먹어봐야지. 한쪽에 키우시는 다육이들을 구경하는 동안 커피와 꽈배기가 나왔다. 진짜 기절할 만큼 (과장 좀 해서) 맛있는 갓 튀긴 꽈배기!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버린다! 막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라 이것저것 영상을 찍고, 쇼츠로 만들어서 올리고 먹고 마시고 쉬었다.
목이 말라 물을 한 잔 얻으러 카운터로 갔는데, 여자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아니, 어쩜 남자친구가 저렇게 살가워요?"
남편인데요?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신다. 본인은 시골에만 사셔서 무차별적인 햇볕에 팍삭 늙으셨다며, 도시인들은 젊어 보여 좋겠다신다. 괜시리 또 기분이 좋아져 남편한테 조잘조잘댔더니, 또 뭐에 신났는지 남편은 사장님한테 우리가 올린 영상을 보여드렸다.
에너지 충전이 끝났으니, 이제 또 가보자며 나가는데, 사장님이 다급하게 부르시더니 카페에서 쏙 나와 집으로 쑥 들어가신다.
"이거 여기서 다 말린거예요"라며 주신 바나나와 감말랭이. 보기엔 이래뵈도 먹기 시작하면 자꾸 손이 간다며 하나 가득 담아 주신 마음에 감동했다. 보기에 못 생겨도 달달한 맛이 좋아 자꾸만 손이 가는 말랭이들을 가슴에 꼬옥 품고, 산 아래 주차장으로 가는 길.
"여기 또 와야 할 이유가 생겼네."
남편이 씨익 웃는다.
그래, 다음에 또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