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들꽃수목원
이 좁은 대한민국에는 놀랍게도 많은 수의 수목원들이 있다. 국립, 공립, 시립, 도립,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식물원이나 수목원. 특히나 서울에서 가까운 가평과 양평 쪽에는 이런 개인이 운영하는 곳들이 꽤 있다. 한 번 가보면, 놀랄 수밖에 없는 곳들. 규모도 크고, 조경도 수준급이다. 오히려 국공립보다 더 멋진 곳도 많다.
오늘 소개할 이곳은 양평에 있다. 몇십 년을 수도 없이 지나쳐 왔던 그 길에, 놀랍게도 오래전부터 수목원이 있었다.
팔당대교를 건너 남한강변을 따라 운전해 가다 보면 경치에 넋을 잃게 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한강을 감싸고 돌아가는 게 기가 막힌 절경이다. 옛길. 이제는 그렇게 부를라나? 고속도로가 뚫리고 이 양평 가는 옛길은 차량의 행렬이 뜸해졌다. 그래도 주말마다는 꼭 막히는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 하면서 지나게 되는 들꽃수목원. 너무 길가에 있는 데다 가까이 가야만 표지판이 크게 보이기 때문에 내비게이터를 잘 보고 속도를 줄여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관 쪽으로 걷다 보면 귀여운 이용요금표랑 만나게 된다. 만원 미만. 그게 첫인상이었다. 보통 수목원은 이용요금에 의해서 내실이 결정된다. 비싸면 비싼 만큼 한 방의 뭔가가 있다. 결제를 하고 예쁜 문을 통과해 들어가자마자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 만나는 작은 정원은 조각상과 핑크뮬리, 국화들로 가득했다. 아무렇게나 막 던져놓은 게 아닌 정말 제대로 조경한 채로 조화롭게. 화장실 건물조차 예뻤다. 중간에 있는 분수대와 연못도 깨끗했고, 사람들이 쉴 공간도 충분히 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듯 벤치에 앉아 있는 동상과 함께 잠시 앉아 햇살을 쬐어본다. 가을바람의 스산함이 따스함으로 바뀐다.
작은 정원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한강변 넓은 잔디밭이다. 한강을 따라 걸어도 되고 잔디 위에서 놀아도 된다. 잔디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동상도 있고 벤치도 있고, 꽃도 만발하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온실도 있고, 갤러리도 있다. 볼거리가 아주 풍부하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다리가 아파온다. 그럴 때쯤 딱 만나게 되는 이 정원 속 카페에서는 지는 노을도 함께 할 수 있다.
온몸이 차가워질 정도로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벤치에 앉아서 사진도 찍고 얼마동안 멍 때리며 한강을 보기도 했다. 해도 지고 노을도 캄캄해서 으슬으슬 몸이 떨릴 때, 이제 갈 시간이다.
기프트샵에 들어갔다. 따뜻한 기운이 몰려온다. 느른하게 누워있던 고양이들이 반겨준다. 고양이로 대동단결! 주인아주머니와 하하 호호 웃으며 갑자기 고양이 토크를 시작해 본다.
“다음엔 따뜻할 때, 꽃 많이 필 때 와요. “
이제 양평을 지날 때마다 꽃 필 때 다시 오라던 아주머니 목소리와 이 사진이 떠오른다. 따스했던 기억이다.
Tip.
https://www.wildflower-garden.com
지금은 내부공사로 휴업 중이다. 단장을 끝마치면 얼마나 더 멋져질까! 내년 봄쯤 오픈하려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