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수목원>과 <그림 같은 수목원>
"자, 무궁화 공부 좀 하세요!"
<무궁화 수목원>에는 무궁화 박물관이 있다. 들어가자 맞아주시는 할아버지는 들어오는 사람마다 눈 맞춰 웃으시곤 이렇게 말씀하신다.
와아, 내가 아는 무궁화가 다가 아니네.. 진짜 종류가 많구나..
작고 알찬 박물관이었다.
그리고 작은 이벤트. 노란 포스트잇에 무궁화 도장을 찍고, 각자의 이야기를 써서 벽에 붙여 놓을 수 있다!
"해봐!"
고투어는 이런 이벤트를 보면, 아빠가 어린 딸 엉덩이 밀어주듯 꼭 해 보라 종용한다.
하지만 나는 아는 사람들 안에서는 외향인이지만,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향인이다.
쭈뼛거리는 나를 힐끗 보더니, 도장을 꾹 찍고, 끄적끄적 쓰더니, 벽에 딱 붙여놓고는 씨익 웃고 가버린다.
갑자기 훅 걱정이 몰려올 때가 있다. 오롯이 혼자가 되면 어쩌지. 갑자기 나만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면 어쩌지.
부모님 얘기가 아니다.
어느 날, 남편이 아팠다. 나는 일하러 학원에 가야 하는데, 남편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을 전전긍긍 다녔다.
나는 하루 종일 학원에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아닌 척했다.
나는 센 척 대마왕이니까.
남편이 아프고 나서 나의 불안증은 좀 더 심해졌다. 나는 겁쟁이라 이런 말을 남편에게 하지도 못 한다. 술을 좀 줄이면 좋을 텐데, 잠을 좀 더 자면 좋겠는데... 지나가는 말로 쓰윽하고 만다. 남편은 그런 걸 괜한 걱정 한다로 치부해 버린다.
그래서 좀 더 좋은 거 먹고, 좀 더 쉬고, 좀 더 걷는 여행을 한다. 내가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서.
문 닫기 직전에 간 그림 같은 수목원엔 방문객이 다 떠나고 우리만 남았다.
스산한 날씨에 분무기 뿌리 듯 비도 간혹 온다.
겁쟁이인 나는 남편 옆에 꼭 붙어 다닌다.
분명 알 것이다. 컴컴한 날씨에 사람도 없어 겁 내고 있는데 아닌 척한다는 걸.
남편은 옆에서 이 얘기, 저 얘기,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준다.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준다.
오랜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을 때, 남편이 그랬다.
"손 꼭 잡고 걷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
그러니까 우리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