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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Sep 04. 2024

고양이 프랜들리 공주

공주 제민천 거리 투어

명절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이 때, 어김없이 고속도로는 꽉 막혀있다. 명절 전에 끝내야 할 벌초때문이리라. 서울에서, 정확히는 우리집에서 135km. 길이 안 막히면 2시간이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오늘은 세 시간이 꼬박 넘게 걸렸다.


어린 시절 가봤던 공주는 조용하고 복잡하고 오래된 느낌이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주는 변화했다. 구도시와 신도시로 나뉘어졌고, 구도시는 옛날 옛적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깨끗하게 정비를 마쳤다. 그 가운데를 하천인 제민천이 흐르고 있다.


구도시는 아주 작아서 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다. 주차만 한군데 잘 해두면,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다. 관공서도 근처에 있으니 주차장을 이용해 볼 수도 있다. 주차를 잘 해두었다면 본격 제민천 투어를 해 보자!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카페들이다. 새로 지어 깔끔하고 예쁜 한옥집들은 보기만 해도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그 사이를 걷다보면 군데군데 벽화들도 보이는데, 벽화 중 가장 자주 보이는 건 바로 고양이다.     



벽화. 까만 꼬리는 아래에 있는 의자에 그려져 있다.

벽화 뿐만이 아니다. 거리를 걷다보면 심심찮게 고양이들을 만나게 된다. 흰색에 점박이를 가장 자주 마주쳤고, 완전 하얀 고양이, 그리고 치즈냥도 있다. <가가책방> 앞에서 마주친 노란 치즈냥이는 털이 부스스하고 너무 깡말라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래도 책방에서 준비해 둔 사료와 물을 먹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책방 안에 들어가면 방문객들이 직접 그리거나 쓴 메모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그 메모에서도 고양이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가 그려놓은 치즈냥이. 원래는 통통했었구나... 지금은 어디가 조금 아파서 회복 중인가보다.

그 중에는 치즈냥의 그림도 많이 있었다. 대체로 다 통통하게 잘 표현되어 있는거 보니, 자금은 조금 아픈 시기인가보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곧 회복되지 않을까. 나도 이렇게 걱정을 보태놓으니, 치즈냥아. 금세 나아지기를.


밀크티를 잘 한다는 카페에 들어갔다. 이 더위를 식혀야 하므로. 그 곳에는 마당에 철퍼덕 누워있는 턱시도냥이 있었다. 이 카페의 마스코트인양, 벽화로도 그려져 있는 아이였다. 능글맞게 누워서 지나다니는 사람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으며 잠을 자던 아이는 곧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야옹야옹 인사를 해준다. 그러다 배가 고픈지 안채로 들어가 물과 밥을 챙겨 먹는다. 이곳은 진정 고양이 프랜들리다.


카페 입구에 누워 자는 턱시도냥


밀크티는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일본 유명 만화 캐릭터인 검은 고양이 지지가 그려진 찻주전자에 담아 나온 것. 찻잔까지 세트다. 시원하고 달달한 밀크티 한 잔으로 한여름 흘린 땀에 대한 기력을 보충하고 다시금 여행할 힘을 얻어본다.




밤의 제민천은 색달랐다. 물가에는 조명이 켜 졌고 음악도 켜 졌다. 가족들이 나와 천을 따라 걷고, 몇몇은 물에 들어가 고기를 잡는다. 강아지들도 산책을 나왔고, 내 앞을 지나가는 고양이 수도 늘었다. 그리고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선술집에 하나씩 불이 켜진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홀로 혹은 둘이 앉아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곳도 있다. 낮동안 바글바글하던 커피집들은 문을 닫았고, 카페와 선술집들 사이 사이에 있는 살림집에는 불이 켜졌다.


아가를 낳은 엄마 고양이의 상자를 지켜보고 있는 아빠 고양이(분명 아빠일 것이다!)의 벽화에는 불이 켜졌다. 담벼락을 넘고 있는 고양이 모형은 마치 야광인 듯 반짝인다. 이제 막 닫을려고 정리 중인 카페 앞으로 고양이가 한마리 지나간다. 이제는 고양이의 시간이야!라고 알려주듯.




밤은 고양이의 시간이지, 암.


여행 Tip. 다*소에 가면 저렴한 고양이 츄르들이 있다. 2천원만 투자하면 제민천 고양이 월드의 수퍼스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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