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성공을 위해 경쟁 넘어서기

by 행동하는 철학도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저는 대학을 제주에서 마치고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첫 직장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갑자기 제주에서 서울로, 대학에서 직장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생활에 많은 차이점을 느꼈었는데요. 가장 크게 느낀 건 타인과의 경쟁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사소한 것부터 경쟁의 밀도가 남달랐습니다. 예를 들면 대중교통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앉아 가려면 남들보다 유리한 동선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눈치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사회초년생으로 처음 경험했던 직장 내 인간관계의 파고도 이런 생각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하며 저는 더 숙련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치열하게 돌아가는 사회 현실을 알게 되니, 원래 저만의 독특한 계획이 점점 더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가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일에 제 노력을 투자하는 게 갈수록 쓸데없게 느껴졌습니다.



피터틸이 말하는 불명확성의 시대

사회 각 분야에는 이미 성공적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내가 얼마간의 소질이 있고 어느 정도 노력을 쏟는다 한들, 이미 성공한 사람들 만큼의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의 요구에 대한 최상의 대안이 이미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제 세상에 내가 남들과 다르게 새롭게 달성할 목표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를 규정짓는 보편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피터틸입니다. 그는 자신의 강의록을 엮은 책 '제로 투 원'에서 사회 공동체를 미래에 대한 시각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했는데요. 그 구분과 피터틸의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책이 2014년 출판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1. 불명확한 낙관주의 - 1982년 ~ 현재 미국

미국의 가계들은 거의 아무것도 저축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회사들은 재무상태표에 현금을 쌓아만 둘 뿐,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태생부터가 유지될 수 없는 시각으로 보인다. 아무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데, 무슨 수로 미래가 더 나아질 수 있단 말인가?

2. 불명확한 비관주의 - 현재의 유럽

자기 충족적이다. 기대치도 낮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기대했던 그대로의 미래를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3. 명확한 낙관주의 - 1950년 ~ 1960년대 미국

마음에 그리고 있는 미래를 만들어나갈 때 효과를 발휘한다.

4. 명확한 비관주의 - 현재의 중국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 않고 그저 베낄 수 있는 것들만 만든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에 가계자산이 몰리는 현상을 불명확한 낙관주의의 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거나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몰두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런 고민 없이도 차익실현이 가능한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런 구분이 다소 자의적이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요지는 이런 것 같습니다. "지금 명확한 계획의 힘을 믿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러나 나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야말로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남들과 다를수록 성공한다

왜 스티브 잡스만 그 기회를 볼 수 있었을까?

피터틸이 말하는 명확한 계획이란, 시장경제에서는 이른바 독점할 수 있는 계획입니다. 경제학을 접해보신 분이라면 완전경쟁시장으로 갈수록 시장이윤이 0으로 수렴한다는 내용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런 기본 전제에서 피터틸은 남들과 경쟁하지 않는(경쟁이 필요 없는) 시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독점할 수 있는 시장이어야 이윤을 최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경쟁자가 완전히 없는 시장이 존재할까요? 그런 시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진보성의 측면, 또 하나는 창조성의 측면입니다.


먼저 진보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경쟁사의 서비스나 제품을 압도적으로 능가할수록 독점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피터틸은 독점하려면 기존 제품보다 10배 이상 뛰어나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최대한 작은 타겟 시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한 번에 많은 영역에서 앞서 나가는 것보다, 한 가지 영역에서 10배 이상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창조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 시도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피터틸은 자신의 페이팔과 팔란티어 창업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알아채고 실행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력이 필요한 종합적인 영역입니다. 결단력, 기회를 읽는 눈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자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피터틸은 책에서 이 질문에 답해주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은 모두 남들과 다른 극단적인 사람들일까?라는 반문과 함께 몇몇 사례를 언급하는 정도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미래를 예상하고 싶어 합니다. 혈액형과 최근의 MBTI, 사시사철 성황하는 사주카페를 떠올려보세요. 해외도 별자리, 타로점 등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구체적인 단계까지 나아가지 않습니다. 피터틸이 말한 불명확성이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존경받는 스승들께 여쭤보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한다. 누가 대신 알려줄 수 없다." 허탈감이 느껴지지만 또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과도 다르다면 결국 나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나를 잘 알기 위한 방법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생각한 바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정말로 맞는지 틀린 지를 알려면 실제로 해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내 생각을 행동에 옮길수록, 내가 서 있는 현실이 어떤 곳인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맹목적인 행동주의가 우월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행동의 이면에는 항상 나와 나를 둘러싼 현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행동을 통해 피드백을 얻고,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고쳐나갈 수 있을테니까요.


실제 행동으로 얻은 피드백의 구체성은 나 자신이나 타인이 머리로 내놓는 피드백과는 수준이 다릅니다.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하고 독특한 현실과의 관계가 그 안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이렇게 얻은 나와 현실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질수록 분명 우리 눈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새로운 기회가 포착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피터틸이 말하는 0에서 1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