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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ug 26. 2022

극심해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관한 단상

Photo by Christian Bowen on Unsplash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 출생률이 0.7명대로 떨어지면서, 출생률은 사실상 매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OECD 평균이 1.59명이고, 우리가 흔히 '고령화' 사회라 알고 있는 일본이 1.33명이다. 인구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멸망의 수순을 밟고 있다. 연금 고갈이 멀지 않았고, 특히,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쯤에는 노년층 부담을 위한 여러 부담금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제 기성세대의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할 게 아니라, 진짜 청년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이 진짜 문제나 두려움이라고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한다. 그들이 집값이 문제라고 하면, 그것이 본질이다. 그들이 취업이나 소득이 문제라고 하면, 그걸 해결해야 한다. 그들이 육아 시스템이나 성차별이 문제라고 하면, 그것을 갈아엎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가족'이 모든 걸 해결해온 나라였고, 이제 가족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사회 전반이 무너지고 있다. 가족이 뭉쳐서 자식 집을 사주고, 손주를 돌보고, 가족 이기주의로 사교육 경쟁을 하던 것이 우리나라였으나, 가족이 흩어지고 무너지자 사회는 홀로 선 정글이 되었다. 대부분은 집을 살 수도 없고,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교육비 무한 경쟁에 뛰어들 재력도 없다. 그러니 당연히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태어나지 않는다.

부동산 자산과 소득 간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지금 부동산 가격 수준에서 가구 소득은 평균 1억쯤은 되어야 장기적으로라도 의식'주'의 해결 가능성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 사회적으로 아이들을 치열한 경쟁 없이 돌봐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수 가정에서 맞벌이를 포기한다. 그러면 가구 소득은 줄어들고,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란, 무한 경쟁의 사교육 전쟁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치재"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만약, 내 집 마련 계획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소득과 자산 간의 균형이 유지되고, 아이를 키우는 데 전 사회적인 협조가 있어서 경력단절을 겪을 필요가 없으며, 아이에게 돈을 퍼붓지 않더라도 크게 도태될 걱정 없이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나 육아를 택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그 어느 것에도 믿음을 가질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사회는 걷잡을 수 없이 각자도생만이 심화되고, 불타는 숲에서 마지막 나무를 찾으려는 날짐승들처럼, 청년들은 그나마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코인 등 재테크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다시 출생률은 0.6명, 내후년에는 0.5명, 몇 년 뒤에는 0.1명까지 줄어들어도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BTS나 오징어게임 같은 한류 콘텐츠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장 찬란한 시기에, 가장 화려한 빛을 내며 몰락하고 사라질 운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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