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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Sep 01. 2022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 별세 소식, 왜 일하는가


얼마 전 교세라의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가 있는 지라, 유독 이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책 내용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로 거의 수렴되는데, 그래서인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요즘 우리 나라의 자기계발 유튜버 등은 하나같이 '노동 해방'을 외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서 탈출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일을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통치약과 같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묘약이라고 해도 좋다." 그는 노동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완성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요즘 분위기에서는 '꼰대'라 불릴 수 있는 말들이다. 


사실 "무조건 열심히 일하라." 같은 이야기가 항상 옳을 수는 없다. 많은 경우 일은 자유로워지기 보다는 예속되고 착취당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던 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근로'에 대한 폄하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모두가 재테크나 건물주 등 불로소득을 외치고, 자동 수익 루트나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하는 자기계발 유튜버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자산 가치 상승으로 근로 소득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살아가면서 일의 가치를 조금 더 알아야 한다고 느낀다. 일은 오로지 돈벌이 수단이어서 안할수록 좋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 저 오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에 다른 가치가 있을까?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에도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랄 게 있지 않나 조금씩 짐작하고 있다. 일을 한다는 것에는 삶을 '살려내는' 무언가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백수 생활이 정말 어려웠다. 시간이 늘어져 있고 그 속에서 무엇을 해야 좋을지 매일 고민하고 싸우는 게 쉽지 않았다. 인간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하루, 불확실한 삶, 규칙성 없는 시간에 내던뎌지만, 그것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미 부와 명예를 충분히 거머쥔 하루키 같은 작가들도, 최대한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자고, 출퇴근하며 노동하듯이 글을 쓰고 사는 건 아닐까? 


삶에서는 거의 끊임없이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침입한다. 근심이나 걱정은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 전부터 풍선처럼 내면을 엄습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끊임없이 일어난다. 인간 관계에서의 트러블, 보험사고, 가족의 병환 같은 일들은 완전히 막을 수 없다. 그럴 때, 가만히 있으면 마음의 짐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래도 일을 하러 나선다면, 우리 신체는 마음을 정리하고 하루를 바로 세우며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같은 것을 주지 않나 싶다. 


말하자면, 삶에 어떤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 일이 아닐까 싶다. 마르크스는 노동이란, 자연에 힘을 가해서 생존 또는 문명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건설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정의했다. 이때의 자연이란 일종의 불확실성이고, 만들어내는 일은 확실한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흙으로 접시를 만드는 것처럼, 삶이라는 무형의 무언가를 확실한 유형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일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일에 대한 찬가를 부른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에도 참고할 만한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의 가치가 이야기 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그만큼의 휴식이나 여가,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이 착취가 되는 시점에서는, 아무리 일이 가치있다 할지라도 그 가치들이 다 증발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일 그 자체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조금씩 이어가보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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