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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Sep 05. 2022

변호사가 되고 나서 느낀점

Photo by Tingey Injury Law Firm on Unsplash



변호사가 되고 나서 하나 의미있게 느껴지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인생에 법적인 문제가 일어나면, 당황하고 겁 먹기 마련인데, 그럴 때 나름 적절한 대응책들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내가 주위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삶을 더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다가 주위에서 변호 일을 맡아달라고 하여, 맡은 사건들도 있다. 대개 그럴 경우에는, 내가 꼭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 건네 듣는다. 그럴 때 건네 받는 건, 어떤 믿음이다. 그 믿음은 내가 엄청난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적어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함께 깊이 고민해주리라는 믿음 같은 것일 듯하다. 


사실, 인생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누구든지 그런 믿음을 찾을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의 어떤 일을 '맡기는데' 그 사람이 제대로 해줄지 아닐지, 앞에서만 신경써주는 척 할지, 그냥 대충 처리해야할 일로 취급할지 알 방법이 별로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법적인' 일이 생기면 친척이나 주변 동기동창 등 지인들을 찾아본다. 나와 조금이라도 끈이 있고 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문제를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누군가에게 그런 믿음의 대상이 된다는 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마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일이 글쓰기 수업이나 독서 강독회랑 비슷하다고 줄곧 느끼고 있다. 그런 시간에 참여한다는 건 자신의 귀한 시간을 써서 나에게 믿음을 준다는 말과 같아서, 나는 늘 그 믿음에 부응하고자 애썼다. 그리고 그런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때론 그 믿음을 충족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정말로 기뻤다. 인간이란 그렇게 서로의 믿음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점점 더 성숙해간다는 것은, 그런 믿음을 교환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나는 아이가 생명을 걸고 믿는 아빠이다. 나는 아내가 삶을 걸고 믿는 남편이다. 그 누군가가 소중한 경험을 원하며 찾아오는 작가이다. 누군가가 자기 삶이 걸린 일을 맡기고자 하는 변호사이다. 그 누군가가 마음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이다. 나는 그 믿음들 속에서, 내가 되어간다고 느낀다. 그 믿음을 지켜내고, 그에 책임을 다하고자 하면서,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산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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