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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Sep 29. 2022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요즘에는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주로 외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다. 몸짱이 되어서 섹시한 몸매를 인스타그램에 전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워하거나 질투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자동차나 명품백을 가질 것, 나이가 들어서도 시술과 관리로 늙지 않는 얼굴을 가지는 것 같은 게 '매력'의 기준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매력은 그와는 다소 다른  것 같다.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일이란 어떤 것이냐고 한다면, 마주 앉아서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서 하염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 만나는 동안 왠지 좋은 기분을 주는 사람, 만나고 나서 오랫동안 좋은 여운을 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매력적인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바람은 꽤나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내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십대에 내가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마주 앉아서 밤새도록 이야기해도 할 말이 끊이지 않고 유익하고도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문학과 예술,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든, 인생이나 여행,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든, 상상의 세계나 과거의 기억에 이야기하든 그렇게 오래 전 어느 마을의 사랑방에서와 같은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랐다. 그런 사람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아저씨든 할머니든 아무래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란 역시 그렇게 마음과 정신이 풍성하고, 자신이 속한 시공간을 '매력적인 분위기'로 물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 자신도 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근사하게 옷을 빼입고,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며, 쌔끈한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내가 속한 공간을 평화롭고도 고요하게 꾸미고 살면서, 누군가 그 공간에 찾고 싶어하고, 그렇게 누군가를 초대했을 때 자연스럽고도 평온한 마음을 선물해줄 수 있는 어떤 오두막의 화가 할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아니면, 그런 '삼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를테면, 도시에서 멀지 않은 숲속에 살면서 글이나 쓰고 작은 정원을 가꾸면서, 조카들이 가장 좋아하는 삼촌, 언제든 찾아가서 깔깔대며 함께 수박 잘라먹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 시대 사람들 역시 진정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사랑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나를 만나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알고보면 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에 있는 깊은 바람은 아닐까? 사실은 그렇게 되고 싶어서, 화려한 외면을 추구해보기도 하는 건 아닐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진정으로 누군가가 함께 있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꼭 이미지가 화려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한 번 생각해볼만 일일 것이다. 의외로 사람들이 함께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꼭 그렇게 겉으로 잘나보이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 더 깊이 나를 감화시키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어떤 매력을 불어넣으며, 내가 속한 시간을 사랑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더 바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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