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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Oct 06. 2022

나는 글쓰기에 재능 없는 아이였다

Photo by Kenny Eliason on Unsplash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라곤 없는 아이였다. 어릴 적, 아이들은 '과학의 날' 같은 행사 때면 으레 독후감 같은 걸 써서 곧잘 교내상이라도 받곤 했지만, 나는 글짓기로 상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야외 백일장에 나가서도 고생만 했지, 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보다 받은 상은 대부분은 그림과 관련된 상이었고, 스스로 글쓰기를 잘하거나 좋아한다고 믿은 적도 거의 없었다. 


스무살 무렵,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 나만의 노트를 샀다. 무엇이라도 쓰자는 생각이었는데,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몰랐다. 그냥 하루 일기나 아무 생각을 끼적이곤 했는데, 처음에는 '한 문장'을 쓰고 나면, 다음에 무슨 문장을 써야할지 생각나지 않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나는 '한 문단'을 쓸 줄 몰라서, 그 시절의 글들은 거의 트위터 글처럼 문장 단위로 쪼개져 있다. 


대학에서도 딱히 글 잘쓴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가 들어야 하는 교양 글쓰기 수업 성적도 별로 좋지 않았고, 교수들 중에서도 특별히 나의 글쓰기를 칭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무슨 고집인지, 나는 그냥 글을 계속 썼다. 계속 쓰면, 무언가 될 거라고, 나만의 길을 찾으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20대가 끝날 무렵, 거의 10년간 매일같이 글을 썼지만, 역시 나는 대단한 작가는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알 것 같았다.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천재성 같은 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대신 나는 그 무렵 이상한 확신을 하나 가졌다. 세상에 나보다 글을 많이 쓴 이십대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대충 세어봐도, 내가 10년간 쓴 글의 분량이 원고지 10만매는 넘을 것 같았다. 


그쯤되니, 이제 내가 대단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졌고, 관심도 없어졌다. 굳이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걸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굳이 대단한 작가가 될 필요가 있을까? 쓰고 싶은 건 충분히 쓰며 살았고, 앞으로도 단지 나는 나의 1인분치를 쓰는 사람으로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글쓰는 일에 관한 한 나에 대해 더 증명할 게 없었고, 그래서 자유로웠다.


그렇게 시작한 삼십대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글쓰기의 여정이 시작된 시절이다. 나를 옭아매는 장르도 없고, 내가 증명해야 할 재능도 없으며, 꼭 인정받고 싶은 그 누군가도 없다. 평소에는 그저 하루의 생각이나 일상에 관해 쓰고, 그러다 동화나 소설을 쓰고 싶을 땐 쓰고, 칼럼을 청탁받으면 쓴다. 누가 재능이 있네 없네, 글을 잘쓰네 못쓰네 하는 말이 나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시절은 끝났다. 나는 이제 그냥 나의 글을 쓰며 살아갈 뿐이다.


나는 아마 세상 모든 일이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재능이나 천재성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그보다는 그저 무슨 일이든, 온전한 나의 일이 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는 게 핵심이라고 느낀다. 그저 그것이 하나 밖에 없는 나의 삶으로 내가 배운 것이다. 무슨 일이든, 계속하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고서 이어간다면, 언젠가 나의 일이 된다. 그리고 나의 삶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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