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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21. 2022

아이랑 그림책 만들며 느낀 것

Photo by Natalia Yakovleva on Unsplash


주말에는 오랜만에 아이랑 그림책을 만들었다. 고양이 '커비'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1화부터 시작되어 어제로 8화까지 이어졌고, 공책 한 권을 다 쓰게 되었다. 아내는 나와 아이가 만든 이 책은 가보로 남겨야 한다며 재본을 하자고 말했다. 나름 우리의 보물이 된 셈이다. 


책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건, 올초에 법무부에서 퇴사를 하고 난 시간을 조금 더 잘쓰고 싶어서였다. 그 시간을 오직 나를 위해 쓰기 보다는, 가족을 위해서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보니, 아이의 '그림책 만들기'라는 걸 시작하게 되었다. 1월 말쯤 만들기 시작했으니, 꼬박 1년 동안 책 한 권을 만든 셈이다. 


처음 책을 만들 때만 해도, 아이의 그림은 그냥 낙서 수준이어서 그림은 다 나 혼자서 그렸다. 다만, 그림을 그릴 때 옆에 아이를 앉혀두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려서, 아이도 그 시간을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서너번째 부터는 자기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긴 했으나, 역시 낙서 수준이어서 내가 일일이 다시 그려주어야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그린 '커비이야기8'에서는 '8'부터 아이가 쓰겠다고 하여 처음으로 숫자를 쓰기도 했다. 처음 커비도 직접 그리기도 했고, 커비 친구 펭귄이랑 악당 티라노 사우루스, 이를 물리치는 공룡 로봇도 그렸는데, 솜씨가 제법이었다. 한 해만에 어찌나 빨리 커버렸는지, 커비이야기를 그리다보니 격세지감을 느꼈다. 겨울은 돌아왔는데, 아이는 훌쩍 커버렸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성장이랄 게 있는 해였다. 처음  송무를 하다보니, 매일매일이 배움이었던 듯하다. 막연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하루하루 그 이전에는 없었던 능력이라는 걸 조금씩 쌓아간다는 느낌에서 오는 '성장감'이랄 게 있다. 달리 말하면, 이것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어간다는 감각 같다. 


아이가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어가듯, 나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소송을 수행하고 수사받는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되어간다. 아내는 올해 내내 열심히 자동차로 출퇴근하여 운전에 많이 능숙해졌다. 셋 다 나름대로 성장한 해인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가 크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셋 다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나름대로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내년에도 우리 셋이 무언가를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 더 할 줄 알게 된다면 좋을 듯하다. 더불어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의 성장이랄 것도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다. 누군가는 작가가 되고, 누군가는 사업을 안착시키고, 누군가는 새로운 일에 적응하며, 누군가는 할 줄 아는 요리가 다섯 개 더 늘길 바란다. 내 곁의 사람들이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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