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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23. 2022

결혼하면 불륜을 하고 싶진 않나요?

Photo by Joel Overbeck on Unsplash


종종 결혼을 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불륜을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기는 커녕, 그와 비슷한 일이라도 일어날까봐 두려워하는 편에 가깝다. 나에게는 이 가정을 지키는 것에 비하면,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망은 너무나 하찮은 것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그 하찮은 것이 어떤 식으로든 나의 가장 중요한 것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 


아내와 아이랑 만들어온 지난 몇 년간의 시간, 그 속에서 울고 웃고 견뎌낸 수많은 날들, 바다를 보러 떠나고, 서로의 마음을 챙기고, 때론 미워 했다가도 화해하며 서로의 소중함들을 확인했던 그 모든 날들보다 더 소중한 걸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어떤 오해 같은 것이 내가 이토록 소중히 여기는 걸 망가뜨린다면, 그 후회를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에는 성적인 욕망이나 호기심 같은 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는 서로가 신뢰와 애정으로 오랫동안 쌓아나가는 관계, 그러한 지속으로부터 얻는 안정감, 서로를 위로하고 지켜줄 수 있는 이해심 같은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런 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는 결국 내가 쌓아온 시간과 다름 없기도 하다. 나는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살아왔고, 그것이 나이며, 그것이 나의 삶이기도 하다. 또 그건 우리이기도 해서, 내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그런 심대한 상처를 주는 일은 도무지 할 수가 없다고 느낀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내게 소중한 아내와 아이에게 원망받는 행위를 해야할까? 무엇이 그리 대단해서? 무슨 엄청난 걸 얻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그런 걸 하고 싶은' 사람들 자체를 멀리하고, 아예 그들과 무관하게 살아가고 싶은 쪽에 가깝다. '그런 걸 중시하는' 사람들과 다른 세계와 가치관에 살길 바란다. 나는 함께 쌓아온 시간이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애정으로 쌓아온 관계의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들, 함께 한 세월 속에 담긴 추억이나 기억을 너무도 귀중히 여겨 그것을 잃는 걸 너무도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래서 지금 내게 주어진 관계를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과 가치를 교류하고 싶다. 


나도 가족과의 관계 같은 걸 결코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잘 해내고 싶은 건 이 관계이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가 쌓은 추억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에 대해 가진 신뢰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다.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우리가 살기로 한 이 삶에 대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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