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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an 06. 2023

자기계발을 하려면 자기계발서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Photo by Kaleidico on Unsplash



최근 자기계발서 읽기 열풍이랄 게 불고 있다. 코로나 시대, 재테크 열풍 이후에 따라온 경향인 것처럼 보인다. 자기계발 유튜버 등이 확장된 인지도로 책을 여럿 출간하기도 했고, 사회 전반적으로 '갓생살기' 등 성실하게 살기 트렌드가 생기면서, 자기계발서 열심히 읽고 성공하자, 라는 분위기가 꽤나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반면, 인문서나 사회과학서를 읽으며 사회 전반을 성찰하거나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깊이를 추구하려는 경향은 거의 잠잠해졌다. 문제는 사회 자체를 성찰하는 게 아니라, 바꿀 수 없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을 바꾸어보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흐름이  아쉬운 면도 있지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 가지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 또한 있다.


일단, 자기계발서 자체는 그리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 몇 권만 읽어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가능하고, 성실한 습관 등 인생에서 중요한 몇 가지 이야기들은 금방 습득할 수 있다. 오히려 정도 이상으로 자기계발서 읽기에 몰두하는 건, 일종의 회피나 위안에 불과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를 읽음으로써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는 위안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서 할 수 있는 건 자기계발 강사가 되거나 자기계발서 작가가 되는 것 정도이다. 오히려 자기계발서 20권 읽을 시간에 1권만 읽고, 나머지 19권을 뇌과학서를 읽는다고 하면, 뇌과학에 대한 간단한 수업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기반을 쌓게 된다. 나만 하더라도,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를 쓰기 전까지 진화심리학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지만, 관련 책을 20권쯤 읽으니 적절히 정리하여 책으로 쓸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자기계발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건 뭔가 이상하다는 점이다. 그건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처럼 갇힌 세상에 대한 중독이나 위안처럼 느껴진다. 결국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은 다음에, 곧바로 해야할 건 실천이다. 당장 카페에서 알바하며 커피를 배우든, 경제학을 공부하거나 글쓰기를 하든, 실질적인 경험과 콘텐츠를 쌓아야 한다. 제대로 자기계발을 하려면 자기계발서 읽기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요즘에는 자기계발 콘텐츠가 하나의 거대한 유행이 되고 있다. 매일같이 자기계발을 해야한다며 소리치고, 설득하고, 이야기하는 유튜브, 책, 강의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니, 그러한 자기계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목표로 하는 것도 일종의 '성공의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를 읽고 자기계발 관련 직업으로 자리잡는 사람은 아무리 많아도 0.1%도 안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에 대한 자기계발서 같은 것도 비슷하다. 중요한 건 관계에 대한 자기계발서 한 권을 읽고 해야할 일은 실제로 관계를 맺어보며 실천하는 것이다. 책에서와는 달리 실제로 나라는 사람과 내 주변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하고, 수정하며, 다져나가는 게 훨씬 핵심적이다. 그러나 실제 관계에는 변화가 없이, 관계에 대한 책만 쌓아놓고 읽는 것도 일종의 현실회피나 자기위안에 불과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령, 장르소설을 읽으면서 그것을 통해 인생의 성공을 도모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재미로 읽거나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독서도 있다. 그러나 독서의 목표가 일종의 현실에서의 실천이라면, 이 독서와 현실, 독서와 실천의 관계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때로 어떤 독서는 현실적 실천과 반대편에 있다. 명목상 현실이나 실천을 향해 간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거꾸로 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때로는 책을 덮고 진짜 실천에 관해 고민해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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