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Jan 10. 2023

자기계발서의 가장 큰 문제점

Photo by Francesco Gallarotti on Unsplash


개인적으로 몇몇 자기계발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공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어떤 자기계발서는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조건 남들보다 10배나 100배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의 비슷한 맥락에서, 평일에도 저녁이나 밤에 계속 자기만의 일을 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자기를 따르면 성공한다는 식의 자기계발서들이 참으로 많다. 

그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런 '성공'에 일단 '가정의 돌봄'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가령, 주말은 더 큰 성공을 위해 써야 할 시간이지, 가족과 나들이를 가거나, 취미를 배우거나, 집안을 가꾸는 등 삶의 내부적인 평화에 신경 써야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별로 없다. 그렇기에 이 책들은 적어도 미혼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전업주부를 하며 희생하는 배우자를 전제해두고 있다. 

자신은 밤낮없이 학문에 몰두하고, 사업의 성공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술 창작을 위해서는 몸이 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10배 100배 더 노력하라는 식의 자기계발서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무언가를 빼먹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그 '무언가'야말로, 삶에서 가장 값지거나 소중한 것일 수도 있다. 이웃, 가족, 어린 아이 때와 같은 즐거운 놀이, 현재를 사랑하고, 과거와 현재를 매만지는 여러 방식들, 같은 것 말이다. 

달리 말하면, 여러 자기계발서들이 성공을 너무 협소한 것으로 정의하는 나머지, 거의 필연적으로 '삶의 불균형'을 유도한다. 이런 삶의 불균형은 나중에 최후적인 어떤 성공을 이루면 다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가령, 업계 1위가 되어 1000억쯤 번다든지, 매달 1억 정도가 자동 입금 된다든지, 하면 그런 불균형쯤이야 다 해소되는 시점이 오리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마치, 지상천국이 멀지 않았다고 속삭이는 종교의 구조와 흡사한 데가 있다. 차이점은, 이들은 물질적 성공을 신봉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삶의 총체성'을 회복하는 일과 관련된 자기계발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모든 걸 파괴하며 질주하는 도파민 전차로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멈춰 세우고, 돌보게 하는 자기계발서가 필요한 것이다. 때로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고, 내면의 꿈이나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그 균형을 끊임없이 묻게 하는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내가 하나 확신하는 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나 지상천국은 없다는 것이다. 삶에서는 여러 성취나 성공들이 필요하고, 그런 것들이 매우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삶에서 단 하나의 성공만이 너무도 중요하여서, 그 하나의 성공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그러한 성공은 없다. 사랑도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돈도 지상천국을 열어주지 않으며, 인기가 모든 걸 해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는 그런 것 하나를 얻기 위해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망가지거나 붕괴된 삶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중요한 건 우리 마음을 끊임없이 다독이면서도, 중요한 걸 잊지 않게 하고, 삶에 대한 생생한 의지를 이끌어갈 수 있는 그런 '자기계발'이다. 이를테면, 1등을 하기 위해 소시오패스가 되거나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짓밟고,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도 잊어가는 자기계발이라면 안 하는 것이 낫다.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삶을 사랑하는 기술'이고, 바로 그런 기술로 삶의 균형과 이로움에 기여하는 자기계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계발을 하려면 자기계발서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