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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an 13. 2023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존재

Unsplash의Julian Hochgesang



결국 내 삶을 가장 설레게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설렘을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또 새로운 드라마나 앨범이 나오길 기다리거나, 어디선가 멋진 사람을 알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그런 소비적이고 수동적인 설렘은, 내가 직접 찾아나선 설렘에 비하면 그다지 근사한 일은 못되는 것 같다. 


가만히 기다리다가 새로 나온 영화나 드라마, 책 같은 것이 주는 설렘이 있긴 하지만, 그런 설렘은 그리 오래 기억되지도 않고, 그리 값진 것을 남기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내가 무언가를 직접 새로 배우거나 시도하는 방식으로 '그것'에 다가가서 뛰어들거나 도전하면서 얻는 '설렘'은 차원이 다른 데가 있다. 그런 것은 확실히 '내 삶'이랄 게 된다.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존재와 삶의 일부가 된다. 


삶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권태와 매너리즘의 여정이다. 매일 하는 출퇴근에서 늘 설렘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기분이라도 바꾸어보고자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가기도 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도, 올해도 뻔하고 크게 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도 앞에 펼쳐진 새해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 새해를 물들이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걸 알 것 같았다. 


새해가 지난해와 다른 설렘이나 즐거움으로 채워지려면, 나 자신이 의욕을 가져야 한다. 올해는 새로운 악기를 배우거나, 새로운 운동이나 공부에 도전해봐야지, 같은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배워서 나의 능력으로 만들면, 그 배움이 열어주는 세계가 내 삶이 된다. 사실, 그렇게 열어가는 새로운 세계와 삶 만큼 진정으로 설렘을 주는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일련의 새로운 시도들이 주는 약간의 긴장감과 흥분, 새로운 만남 같은 것들도 단순한 소비의 설렘 보다는 훨씬 더 깊은 감정을 주는 듯하다. 지역 모임을 주최해보거나, 부담 없이 작은 사업을 시작해보거나,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걸 가볍게 해보거나 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주는 '생산적 설렘'이 '소비적 설렘'보다 낫다. 더 강렬하고, 오래가고, 진짜 삶이 된다. 


나아가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엇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무언가를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것에서 더 값진 것을 얻거나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포츠든, 예술이든, 창업이든 우리의 상식은 나이가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더 성공하거나 값진 성취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꼭 새로운 분야에서 대단한 성취를 거두겠다는 게 아니더라도, 내 삶은 매번 나의 관심과, 그 관심을 스스로 의욕하는 데서 얻게 되는 마음들로 이루어졌다는 건 분명할 것이다. 내 삶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내 삶에 좋은 기분들을 만드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나를 가장 설레게 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다. 그런 일을 해내는 데는 나이도, 당장의 능력도 상관이 없다. 


올해에 나도 새로운 것들을 소비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의욕적으로 새로운 걸 배우거나 시도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가 스스로 내 삶을 만들어내는 것의 가치를 또 경험하길 바란다. 나는 그 이전에 내가 전혀 해보지 않았던 걸 배우거나 공부해볼 것이고, 그 이전에 역시 해보지 않았던 어떤 일들을 해볼 것이다. 그런 것들이 내 삶을 살리고, 내 삶의 진짜 감정이랄 것을 주고, 내가 이 삶의 주인이 되게 한다는 걸 알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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