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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an 16. 2023

삶이란, 나와 타자의 상호작용


2020년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출간한 이후, 지난 3년 정도 부지런히 청년 세대에 대한 담론들에 참여해왔다. 강의, 대담, 기고, 방송 요청 등의 과반수가 청년과 관련된 것이었다. 기업에서는 MZ세대의 트렌드를 묻기도 했고, 언론에서는 청년 세대와 공정성의 문제를 묻기도 했다. 나름대로는 그런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연구하고 고민하여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자 했다. 


신기했던 것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배운 것도 참 많았다는 점이다. 일단, 요구가 있으니 어떻게든 그 요구에 응답하고자 애쓰게 되었다. 더 부지런히 관련 책들을 섭렵하고, 기사나 통계자료를 찾아보고, 최근 세대가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드나들면서 세태를 연구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자발적인 관심과 사회적인 요구가 교차하면서 더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셈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삶이라는 걸 자기만의 열정과 관심으로 스스로 이끌고 가는 것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낀다. 결국 삶이란 '나와 타자'의 상호작용이다. '타자'는 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의뢰인이나 고객이 될 수도 있으며, 사회나 언론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농구선수가 되고 싶어도, '타자'가 전혀 호응하지 않으면 혼자 농구할 수밖에 없다. 반면, 누군가가 나의 재능을 알아보고 계속 노래 부르라고 하다 보면, 가수가 될 수도 있다.


흔히 '천재'에 대한 신화 중 하나는, 천재가 처음부터 모든 걸 스스로의 힘만으로 해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스마트폰 만드는 걸 매우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부하 직원이 집요하게 주장하자 이를 겨우 받아들여 세상에 내놓았는데, 지금은 모두 스티브 잡스의 고유한 천재성의 발현이라고 알고 있다. 천재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은 타인들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장르문학, 본격문학, 동화, 에세이, 인문학 책, 평론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좋아하여 거의 분야를 막론하고 글을 써왔다. 그런데 그 중에서 내가 지금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분야는, 결국 세상이 가장 호응해준 에세이 분야이다. 삶에는 그렇게 나의 마음과 타자의 마음이랄 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랄 게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대개는 그 사람의 삶이 된다. 


변호사 일만 하더라도, 민사, 형사, 행정 등 각 송무 분야, 기업 자문, 입법, 연구, 컴플라이언스 등 온갖 영역들이 있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관심있는 건 저작권 쪽이었는데, 요즘에는 형사사건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요구 받는 분야와 내가 원하는 분야를 병행하거나 맞추어가면서 계속 경력이랄 것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애초에 변호사가 되기 전 언론사 취업에 숱하게 실패한 적도 있으니, 변호사 자체도 타자가 내게 허락한 면이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나는 여러 종류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결국 타자와 상호작용에 성공한 일들이 내 삶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삶이 흥미롭고 궁금하기도 하다. 삶이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 '내 뜻과 당신(타자)의 뜻이 합쳐진 자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타자의 뜻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건 우연이기도 하고, 나의 뜻이었다는 점에서 필연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연이자 필연인 삶의 여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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