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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an 17. 2023

모든 인생에는 그 인생을 망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Unsplash의Kristopher Roller


모든 인생에는 그 인생을 망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어떤 인생은 너무 용기가 없어서, 어떤 인생은 너무 욕심이 지나쳐서, 어떤 인생은 사랑에 너무 집착해서 망친다. 혹은 너무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어서, 때론 너무 두려움이 많거나 없어서 인생에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사람은 그 중에서 무엇이 자기 인생을 망치는 방식인지, 언젠가 깨달아야 한다. 


만약 자기 인생을 망치는 그 고유한 방식을 깨닫지 못하면, 언젠가 우리는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다. 나는 그때 너무 용기가 없었어, 너무 과욕을 부렸어, 너무 사랑만이 전부인 줄 알았어, 라고 자기 삶을 미워하게 된다. 그런데 무엇이 그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지는 사람마다 달라서, 결국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기 인생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사실 경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자기 인생에 사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없다. 사랑 때문에 울고 불며 한 시절을 반쯤 망쳐보면, 간신히 내가 사랑에 주의해야 되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반면, 사랑을 하며 내 삶이 살아나고, 의지가 고양되며, 안정감을 얻어 삶이 좋아진 것을 확실히 경험하고 나면, 내 인생은 사랑에 용기내야 하는 종류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젊을 때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 라는 말은 정확히 이런 맥락에서 쓰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인 많은 경험이 필요한 건 아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경험은 무엇이 나를 '망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경험이다. 그런 경험은 비교적 안전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기도 하다. 전재산을 걸고 도박하기 보다는, 스포츠 토토나 모바일 게임의 가챠에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자기 기질을 알 수 있다.  


너무 위험한 도전을 통해 뼈저리게 삶을 깨닫기 보다는, 약간 안전한 경험들을 위주로 자기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소 안전한 경험들이 인생을 극적으로 바꿀 수는 없더라도, 인생이 치명적으로 망가지기 전에 자기를 알게 하는 기회는 되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구매하기 전에 자기가 너무 욕심이 많은 타입이라는 걸 안다면 더 신중하게 매수를 해야 한다. 반면, 자신이 너무 두려움이 많은 사람인데 아파트 사기를 너무 망설인다면, 약간 용기내어 매수를 결정할 필요도 있다. 그 모든 게 '자기 자신'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인생이라는 건 언제나 '밖'이 중요하다고 말해진다. 부동산은 시장 상황이 중요하고, 사랑은 상대방의 조건(외모, 성격, 직업, 집안 등)이 중요하며, 직업 선택은 그 직업 자체의 경쟁률과 전망 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밖의 모든 것들이 '나 자신' 보다는 내가 선택할 바로 그것, 또는 나를 둘러싼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지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인생을 만드는 건 나 자신 또는 나의 '내면' 혹은 나의 '기질'과 이 세상의 상호작용이다. 인생의 한 축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에서, 나를 모르면, 인생을 제대로 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게으름을 주의해야 한다. 안일한 사람은 안일함을, 망상이 많은 사람은 과대망상을, 욕심이 많은 사람을 욕심을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때론 그런 나의 '주의할 점'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혹은 그것을 정확하게 지목해주는 바로 그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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