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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01. 2023

최근 유튜브에서 '다나카'가 핫한 이유

유튜브 라면꼰대 캡쳐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캐릭터 중 하나가 '다나카'이다. 사실, 다나카가 나오는 영상을 처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약간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그냥 일본 사람인가 보다 했다가, 보면 볼수록 왠지 일본 사람 같지는 않다. 그러다가 이것이 결국 한국 사람이 연기하고 있는 '부캐'라는 걸 알아차린다. 


반응 중에는 이렇게 억지스럽게 일본인 호스트를 연기하는 게 재밌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이상한 캐릭터, 이 이상한 웃음은 현재 가장 '핫한' 웃음으로 청년 세대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피식대학' 등에서 보여주던 '하이퍼 리얼리즘(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재현하는 코미디 경향)'과는 또다른 경향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하이퍼 리얼리즘에서는 가능한 한 '진짜' 같이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다나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누가 봐도 진짜 일본인이 아니고, 진짜 같지도 않다. 오히려 누구나 다 가짜라는 걸 아는데도 계속 가짜 일본인 연기를 하는 그 천연덕스러움이 약간 민망할 정도이다. 사람들은 그럼에도 저 가짜 인물을 좋아하고, 지지하고, 연민하며, 사랑한다. 


가짜인 걸 알면서도 믿고 싶은 마음, 이라는 것이라고 했을 때, 먼저 떠오르는 건 '펭수'다. 누구나 다 펭수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펭수를 펭귄으로 믿고 싶어한다. 이러한 유행을 이해하려면, 확실히 사람들의 이 '가짜를 믿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해야만 한다. '가짜인 걸 알지만 좋아, 오히려 가짜라서 좋아, 계속 가짜였으면 좋겠어, 힘내 가짜야, 우리가 믿는 한 너는 계속 존재할 수 있어, 계속 가짜로 있어줘. 그리고 우리가 믿는 한 너는 진짜야.'라는 마음을 말이다. 


이러한 부캐에는 저마다의 '세계관'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가령, 다나카는 일본 호스트바의 호스트 출신인데, 아버지도 호스트이고, 한국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식이다. 펭수 또한 고향이나 나이, 특기 등 자기만의 '설정'이 있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관에 살고 있는 이들이 우리 세계에 들어오고, 우리가 그 캐릭터를 좋아할 때, 그 캐릭터는 이곳에 '실재'하게 된다. 이는 그 자체로 창조인 셈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그런 캐릭터를 믿을 때, 이들은 '창조'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원래는 가짜이지만 우리가 진짜라고 믿으면 진짜가 되어버리는 세계에서의 힘을 경험한다. 가짜인지 알 게 뭐야? 우리가 좋다고 하고 진짜면 진짜인 거야.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진짜인 거야."라는 이 믿음과 힘이 '부캐 시대'를 지탱하는 기반 같은 것이다. 


최근의 유행은 이런 힘들의 전염으로 이루어진다. 과거에 이미 지나간 가수들을 다시 소환하는 레트로 경향 같은 것도, 시청자들이 자기의 힘으로 과거의 인물을 다시 현실로 소환하여, 유행시킬 수 있다는 효능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묘하게 세상과 역행하고 싶어한다. 세계에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나의 상상과 믿음으로 세계를 바꾸고 싶어한다. 그렇게 가상의 존재나 과거의 존재를 사랑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우리 사회와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관심을 보일 것이다. 팩트 폭력의 시대는 상상에 대한 믿음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각자 믿고 싶은 것이 현실이다. 누가 더 사랑할 만한 상상을 창조하는지, 누가 더 그러한 상상을 밀어붙이는지, 그래서 그러한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지가 관건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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