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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07. 2023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방법

Unsplash의Yannick Pulver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은 '상담'을 하게 되는 건 글쓰기에 대해서가 아닌가 싶다. 모르면 몰라도, 지금까지 수백번 정도의 고민을 사람들로부터 듣고, 함께 생각하고, 답하는 일을 해왔을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꾸준히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곤 했다. 그때마다 내가 생각한 대답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론은 '환경'의 중요성이 아니었나 싶다. 


인간의 의지력에는 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마음과 의지만으로 해낼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개 글쓰기도 어떤 환경의 힘에 의해 추동되고 이어지곤 한다. 그런데 그 '환경'이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그 환경이 블로그일 수도 있고, 글쓰기 모임일 수도 있고, 특정 매체의 인정이나 원고료일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철저히 글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그 모든 게 '의지력을 좌우하는 환경'인 셈이다. 그런데 나는 글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그 환경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따박따박 들어오는 원고료 만큼 강력한 힘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지지와 칭찬이 모든 걸 해결한다. 누군가는 동경하던 존재의 인정이 핵심이다. 누군가는 동료 작가들이 함께하는 모임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작가라는 존재가 인류 역사에서 탄생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작가들이 탄생한 이래로, 작가들은 늘 자신들이 '글쓸 장소'를 찾아 헤맸다. 특히, 대부분의 시기 동안 작가들은 글을 실어줄 잡지가 없으면 독자에게 닿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글을 써서 보낼 곳이 없어, 주위 지인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편지를 써대기도 했다. 반면, 요즘에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글을 쓸 곳은 사방팔방으로 널려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20대의 10년 정도는 블로그에 글을 썼다. 아늑하게 습작하기 좋았고, 긴 글을 읽어주는 이웃들이 소수나마 있는 게 큰 힘이고 위안이었다. 30대에 내가 가장 좋아한 글쓰기 무대는 페이스북이었다. 기꺼이 긴 글을 읽고 쓰며, 깊은 성찰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상당히 좋았다. 현재 내게 가장 소중한 인연들 중 상당수가 직간접적으로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만큼 글쓰기를 통해 엮인 인연이 얼마나 깊은지를 많이 느낀다. 


요즘에는 어떤 플랫폼에 구애받기 보다는, 다양한 장소에서의 글쓰기를 받아들여보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명백히 '사진' 위주의 플랫폼이다 보니, 그동안 활용하는 게 쉽지 않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이곳도 그냥 나는 글쓰기 플랫폼으로 쓰고 있다. 사진은 별로 올리지 않고, 거의 글만 올린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저 그 방식대로 만날 수 있다. 플랫폼은 플랫폼일 뿐, 글쓰는 나, 글쓰는 일, 나의 글 자체는 달라질 게 없다. 


이건 칼럼을 싣는 매체도 마찬가지어서, 나는 매체를 막론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저 나로서 풀어내고자 한다. 신문이건, 잡지건, 웹진이건 어떤 매체에서든지 내가 나의 글을 쓴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느덧, 그러니까 글쓰기도 20년쯤 하다 보니, 이제는 글쓰는 일에 환경의 중요성이 덜해진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제는 환경이 어떻건, 그닥 대단한 의지력조차 필요없이, 완전히 습관에 가까운 느낌으로 매일 글쓰는 일을 하고 있다. 


아무튼, 그래서 여전히 글쓰기에 대해 상담할 일이 있을 때면, 본인에게 맞는 환경을 찾으면 그만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말하자면, 자신에게 가장 맞는 '보상 체계'를 찾으면 된다. 이웃의 인정이든, 소정의 원고료든, 공모전에 당선이든, 유명한 사람의 관심이든, 출판에의 진입이든, 그가 바라는 어떤 보상 체계를 찾고 거기에 몰두하는 게 시작이고 이어감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자기 주변의 환경을 찾고 만드는 것으로 의지력을 대신할 수 있고, 그 다음 어느 때부터는 습관이 일을 하게 된다. 일단, 거기까지 가면 되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그 방법만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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