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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02. 2023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Unsplash의Andre Hunter



개인적으로 글쓰는 사람들이 기억해주었으면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글쓰는 사람들은 실제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그런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유독 글을 쓰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쓰는 사람들은 묘하게도 쉽게 더 자신을 미워한다. 


물론, 내가 세상의 모든 글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건 아니어서, 지나친 일반화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 글쓰는 사람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 글쓰기로 스스로를 달래거나 위안받고자 하는 사람들, 마음으로부터 글쓰기를 해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우리에게 무관심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를 미워하지도 않는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우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 혹은 그렇게까지 쉽게 사람을 미워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때론 혐오나 증오 선동 같은 게 온 사회를 뒤덮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악마 보다는 인간이 더 많다. 인간은 자기가 불완전한 것도 알고, 타인이 불완전한 것도 안다. 인간은 자기에게 있는 여러 욕망을 알아서, 타인의 욕망도 이해한다. 


글쓰는 사람들은 때론 자신이 글로 표현하는 모든 마음이 그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신이 미움받기 때문이라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대개 우리가 타인에게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무리 많아도 그 사람의 절반도 안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구에게도 100% 동의할 수 없듯이, 그 누구도 우리에게 100%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누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듯이, 그 누구에게서 완전히 이해받을 수도 없다. 그것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저 인간이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는 때론 이해하고, 때론 동의하되, 때론 이해할 수 없고, 때론 동의할 수 없더라도, 서로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며, 그것이 곧 인간의 관계이고 삶이다. 사랑의 절정에 있는 연인들조차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하물며 글쓰기로 내가 꺼내놓는 마음을 타인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건 결코 당신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단지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와 같은 연약한 존재라는 이유로,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니까 글쓰는 사람으로서 하나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밀쳐내지 않는 것이다. 당신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받아들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당신이 글을 쓴다는 이유로, 당신의 방에 노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글쓰는 사람들은 때론 기적을 만난다. 추운 겨울 문을 열고 나왔더니, 누군가가 목도리를 한 채로 입김을 불고 한참 기다리고 있는 기적 같은 것 말이다. 


나는 글쓰기 전도사도 아니고, 글쓰기의 구루 같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글쓰기가 주는 어떤 경험에 관해서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다. 글쓰기는 인정과 미움과 자기 확신과 자기 혐오의 진흙탕을 오가게 한다. 그런데 글쓰는 사람이 어떤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이것이 나의 마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반드시 가 닿는 일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 글쓰기가 그에게 주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종류의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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