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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28. 2023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세계관

Unsplash의mostafa meraji



요즘 들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고 느낄 때가 있다. 기성세대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에 대한 문제를 호소한다. 서로가 너무 가까워서, 서로에 대한 참견과 간섭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세대가 느끼는 건 이미 완전히 각자도생, 개인주의화 된 사회다. 청년들이 느끼는 문제는 차라리 서로 너무 고립되었다는 것에 가깝다. 


강연 같은 것을 할 일이 있을 때도 두 집단 간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느낀다. 청년세대는 이 고립된 시대의 외로움에 깊이 공감한다. 가까운 존재들이 사라져 가고, 일상을 채우는 건 유튜브나 인플루언서 등 '먼 존재들' 뿐이라는 데 동의한다. 항상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데, 그 이유의 상당수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알림과 알고리즘, 끝없는 쇼츠 영상과 커뮤니티의 글과 댓글 같은 것들이 시간을 갉아먹는다. 그 귀결점은 외로움이다.


반면, 기성세대는 여전히 너무 가까운 타인들의 존재에 공감한다. 이웃들이 서로 모여 비교하고, 뒷담화하고, 끈끈한 집단주의에서 느끼는 피로감에 대해 말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개인주의의 절실함'에 대해 이야기하면 공감한다. 기성세대는 여전히 동창, 이웃, 친인척 등이 만들어내는 집단생활에 속해 있다. 그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면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가까운 존재들의 참견이나 간섭 때문이다. 그런 존재들 때문에 진짜 자기 자신이 소외당하는 것처럼 느낀다.


최근 청년세대가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키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그런데 청년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가장 일차적으로 느끼는 건 '만날 사람이 없다'는 것에 가깝다. 과거 같았으면, 대학교 과방에서, 축제에서, 동아리에서, 동네에서, 술자리에서, 그밖의 여러 기회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울리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서로 너무 고립되어 있다 보니, 이성을 만나는 기회는 거의 소개팅이나 어플 정도 밖에 없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사실 완벽한 조건의 두 사람이 만난다든지, 서로의 이상형을 만난다든지, 하는 것보다는 함께 보낸 시간, 자연스러운 대화, 같이 하게 된 일, 공유하게 된 공간 같은 것에서 싹트는 것에 가깝다. 대개는 그러다보면,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이상형이니 조건 같은 것은 충분히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먼저 움직이기 보다는, 서로를 원거리에서 평가부터 하는 식으로는 관계의 온전한 발전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 시대를 제대로 진단하려면, 무엇보다도 이런 급속한 속도로 이루어진 각자도생, 파편화를 먼저 봐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풍경이 만들어진 데는 극심한 양극화, 지나친 경쟁과 서열 문화, 서로에 대한 불신,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 안정망 없는 사회, 같은 문제들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스마트폰이나 코로나의 기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요즘에는 이 상황의 궁극적인 답이 공동체의 회복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한 동네에 적절한 일자리가 있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으며, 집값의 폭등 같은 것으로 서로 크게 소외될 일이 없고,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는 정도의 지극히 '기본적인 공동체'만 있어도, 사람들은 서로 관계 맺고 손을 잡은 채 살아가는 걸 자연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특히 청년들의 세계에는 사실상 그런 최소한의 공동체들이 박살난 상태인 것이다. 있는 건 그저 도시의 단칸방과 취업 준비를 위한 스터디룸과 집에 돌아와 보는 유튜브 화면 정도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 사회는 청년들에게 그저 각자도생하며 서로 경쟁하는 전쟁터일 뿐이고, 숨쉴 수 있는 공간은 방 안의 스마트폰 화면 정도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 시대의 진짜 화두는 '공동체의 회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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