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Mar 03. 2023

큰 돈을 버는 비법에 관하여(feat. 유튜버)

Unsplash의micheile dot com


우리나라에서 큰 돈을 버는 비법이 있다. 일단 내가 퇴사 후 연 1억을 번다는 문구를 내세운 다음, 1억 버는 비법에 대한 강의와 책을 만드는 것이다. 강의 커리큘럼과 책 목차는 chatGPT한테 물어보거나 적당히 다른 강의와 책을 베끼면 된다. 그 다음 각종 SNS에 계정을 만들어, 이 강의와 책만 있으면 무조건 연 1억은 손쉽게 번다는 광고문구를 달아 광고를 돌린다. 


강의를 올릴 때 핵심은 계정을 여러개 만들어 별 다섯개 리뷰를 달면서, 이 강의만 듣고 나도 연 1억 벌었다는 내용을 넣는 것이다. 리뷰 내용을 쓰기 어렵다면 chatGPT한테 성별이나 나이대, 직업 등 여러 버전으로 써달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캡쳐해서 강의의 상세페이지에 활용한다. 가짜 인증화면과 블로그들까지 만들어서 허위 인증을 하면 더욱 좋다. 


그에 더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내가 어떻게 1억을 가만히 앉아서 버는지, 이 영상 안 보면 왜 당신은 매달 500만 원을 잃는 셈인지, 당신 말고는 다 노동없이 돈을 벌고 있다는 식의 영상들을 대량 양산한다. 만약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면 다른 영상들을 베끼면 된다. 1억을 2억으로 바꾸는 식으로 적당히 다른 영상인 척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내 강의와 책 구매를 유도하면 된다. 


이러한 방식을 꾸준히 하면, 곧 내가 큰 돈을 번 이유를 알려주는 것을 콘텐츠로 하여 계속 큰 돈을 벌 수 있다. 일종의 자가생식인 셈이다. 나는 큰 돈을 벌었고, 그 방법을 모두 제공하겠으니, 나만 따라하면 당신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돈을 번다는, 이 가장 기본적인 순환논리의 원칙을 놓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거나 미래의 불안에 떠는 수많은 사람들이 블랙홀에처럼 빨려 들어올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방식이 나도 맡은 적 있는 여러 사기 사건의 구조와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다. 수십억 원대 이상의 사기 사건들은 신기하게도 거의 그 출발점이 비슷하다. '내가 이렇게 해서 너무 쉽게 큰 돈을 벌었는데, 나만 따라하면 당신도 벌 수 있다.'에서 사기는 시작된다. 만약 이 구조에서 피해자가 단 한 번이라도 수익금을 얻으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피해자가 스스로 주변의 피해자들을 양산하면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노동이 해방된 유토피아에 대한 유혹과 닮아 있다. 노동 없는 상태, 너무나 쉽게 돈을 쓸어 담는 방법이 손만 뻗으면 있다는 유혹적인 상태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취약한 듯하다. 천국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 나 빼고는 다 이렇게 돈을 버는구나 하는 피해의식, 실제로 어느 벼락부자들한테 느끼는 열등감, 하루하루의 어려움과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이 결합되다 보면, 도박중독처럼 이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해진다. 


물론, 세상의 모든 '돈 버는 방법'이 사기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투자의 원리나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법, 마케팅의 기술이나 사업을 해나가는 다양한 방법들이 가치 있고 유용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사기에 가까운 행위들이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 매년 수십만 건의 사기사건이 발생한다. 전세 사기, 코인 사기, 리딩방 사기,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보험 사기 등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그 중 상당수는 '쉽게 돈 벌 수 있다'와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부동산이나 주식 폭등 시장에서, 손쉽게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너도 나도 손쉬운 돈벌이에 유혹적으로 빠져드는 시절인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자기가 진짜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정당하게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정직하게 실력을 쌓고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어떻게 좋은 관계들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몰두하다 보면, 사기적인 유혹에 대한 보호막도 어느 정도 만드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정직하고 올곧은 삶에 대해 서로 지지하고 함께 믿고 살아가고자 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 간의 연대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세계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