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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Mar 17. 2023

머릿속에 온통 저작권 생각 뿐

요즘에는 머릿속에 온통 저작권 생각 뿐인 것 같다. 로펌에서 맡고 있는 일이나 맡게 될 일도 그렇지만, 저작권위원회에서 맡은 역할도 있고, 저작권 책을 쓰고 있기도 하며, 기고, 자문, 인터뷰, 방송 요청 등도 저작권 관련이 계속 들어온다. 거기에다가 유튜브 사건에서부터 '검정고무신', 생성ai 문제 등의 이슈가 다 저작권 이슈라 가만히 있어도 자꾸 저작권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저작권 관련된 요청이 왜 이렇게 몰리나 생각해 보니, 우리 나라에 일단 저작권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있을 듯하다. 저작권은 전통적으로 가장 돈이 안되는 분야 중 하나였다. 사건도 많지 않았지만, 사건이 있어도 손해배상액 같은 게 그리 크지도 않다. 그러니 특별히 관심 있지 않는 한, 이 분야에서 일할 실익이 별로 없고, 대부분 사건도 많고 소가도 크거나 이익이 많은 분야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애초부터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그것이 내가 가장 사랑해왔던 영역이니, 자연스레 저작권으로 향하게 되는 걸 느낀다. 특히, 저작권 문제의 본질은 결국 '인간의 창작'을 지키고 옹호하는 것이니, 항상 창작을 사랑해온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 분야가 나중에도 큰 돈이 될 거라고는 딱히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일을 해나갈 수 있겠다는 기대는 하게 된다. 


살아가는 일이라는 게 현실과 마음 사이에서 끝없는 조율을 해나가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만들어지는 무엇 같기도 하다. 세상 일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 그러나 마음을 놓지 않을 필요도 있다. 그러다 보면, 이를테면, 마음이라는 흙과 현실이라는 물이 섞여 삶이라는 진흙 같은 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진흙이 더럽다고 짜증내거나 화내기 시작하면 삶을 미워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삶이란 바로 이런 진흙과 같은 것이구나, 라고 받아들이게 되면, 나름 만족할 것도 있고, 때론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아이는 내게 "아빠, 인생이 뭔지 알아?" 하고 물었다.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하자, "인생이란 말이야,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지, 라는 거야." 라고 말했다. 나는 빵 터져서는,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냐고 했더니 "원래 그런거야."하고 아이는 대답했다. 애초에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평론이나 에세이 같은 것을 쓰다가, 이제는 저작권을 다루는 변호사로 살고 있는데, 그래, 인생이란 다 그런 거지, 하는 생각을 역시 하게 된다. 


10년쯤 뒤에는 또 무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투자회사 직원일 수도 있고, 저작권을 사고 파는 신플랫폼의 사장일 수도 있고, 영화를 만드는 회사의 사내변호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내 삶이 이렇게 흘러온 것에 대해 그저, 인생이란, 세상이란 게 다 그런거지, 하고 말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마음은 남아 있을 것이고, 현실과 섞여 삶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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