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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Mar 27. 2023

오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가장 낫다

Unsplash의Alex Shute


인생의 많은 문제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만큼 다정하거나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 타인을 경계하지 않고 너무 믿었다는 것, 과도하게 자기 자신을 믿어 너무 위험한 모험을 했다는 것, 같은 것들이 모두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가 언젠가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면, 그 날이 오늘인 것이 가장 낫다. 


나를 용서하는 일에는 의외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를 용서하는 순간, 나는 백지가 되고 과거와 단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용서의 본질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누군가를 용서하겠다는 것은 그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을 내려놓고, 그의 잘못을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의 죄로 고통받는 나를 이제 떠나보내겠다는 뜻이다. 용서 이후의 나는 언제나 용서 이전의 나를 버린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어리석은 나, 한심한 나, 지나치게 고집스러웠거나 아집으로 가득했던 그 나를 용서해버린다는 것은, 더 이상 미워할 게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를 용서하지 못해 스스로를 미워하고, 그 나와 얽힌 타인이나 세상까지도 원망하던 그 마음을 끝내는 일이다. 그러고 나면, 나는 이제 그저 새로운 나로 살아가야 한다. 과거의 엉킨 실타래를 더 이상 풀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자기 자신도, 마음도 그저 버려야 한다. 


어쩌면 이런 버림의 기술이야말로 삶에서는 필수적인 기술일지도 모른다. 나는 계속 과거의 마음이랄 것을 버리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사랑했던 나 자신도 버리고, 나를 사랑했거나 내가 사랑하고자 했던 누군가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언젠가 버릴 각오를 하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용서할 각오를 하면서, 또 새로운 것에 마음을 주며 살아가는 게 삶의 흐름 혹은 법칙이 아닐까 싶다. 


결국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삶을 긍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역시 오늘인 것이 좋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죽을 때까지 삶을 긍정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끝까지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나 삶에 대한 증오를 품고 사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게 몇 년 뒤이든, 몇 십년 뒤이든 우리가 삶을 긍정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냥 오늘인 것이 더 낫다. 당장 오늘 삶을 긍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삶을 긍정하려면, 잔인할 정도로 잘라내고 버릴 줄 알아야 한다. 팔다리를 잘라내듯 마음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용서한 후 뒤돌아설 수 있어야 한다. 삶을 긍정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과오를 용서해버린 뒤, 나를 버리고, 또 매일 찾아오는 삶을 그저 받아들이는 일이다. 내 인생의 모든 실타래를 풀어 순수한 나로 되돌아가겠다는 집착을 버린 채, 그냥 실타래를 통째로 버리는 일이다. 그러고는, 그저 오늘도 내게 주어진 것들을 사랑하며, 내게 아직 삶이 있어 다행이고, 내가 아직 삶에 속해 있어 감사함을 느끼고, 그저 살아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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