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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Mar 30. 2023

삶이란 책임을 다하는 것

Unsplash의Helena Lopes


요즘 들어, 내가 스스로의 몸과 건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몇 십년은 더 일하면서, 이 가정도 책임져야 하고, 가족을 위해서라도 오랫동안 굳건하게 버틸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이 몸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대충 쓰다가 버리겠다는 식의 마음을 가지는 셈인데, 그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두에게 무책임한 태도일 수 있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계속 나라는 존재에 책임질 것들을 더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십대에만 하더라도, 나는 거의 아무것도 책임질 생각이 없었다. 고민의 초점은 대체로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 삶을 살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 나의 꿈, 재능, 기질, 희망 같은 것들이 어우러진 자기 만족적인 삶을 사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그러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면서는, 나보다 조금 더 큰 것에 대한 책임감을 배웠던 것 같다. 내가 건재하고 강하고 단단해야 하는 이유는, 나의 만족 보다는 더 큰 무언가를 위해서가 되었다. 하루하루를 제멋대로 놓아버려서는 안되고, 방탕하거나 나태해서 안되는 이유는 내 삶에 들어온 나 이상의 요소들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가 조금 더 커졌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나는 운동을 조금 더 잘해야 될 필요성을 느끼는데, 아이가 크면서 함께 운동을 하고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캐치볼이나 축구나 농구, 테니스 같은 걸 가르쳐주면서 함께 하고 싶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는 나이 든 아버지와 성인 아들이 탁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샌님에서 벗어나 운동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재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오랫동안 단단한 가정을 지키고 싶은데, 내가 죽을 때까지도 아이가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마당이 있거나 잘 정돈된 집을 어딘가 지니고 있으면, 아이든, 아이의 아이든, 혹은 조카든, 마음이 힘들 때나 심심할 때 '찾아오고 싶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들이 삶의 목표 같은 것이 되어 있다. 


그밖에도 책임이랄 것은 계속 늘어나는 듯하다. 당장 변호사 일과 관련하여도, 한 인생이 걸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일을 할 필요가 있다.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더라도, 항상 최선은 다 해야하는 종류의 일이다. 타인의 일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뉴스레터 운영이라든지, 내가 쓴 글 자체에 대해서도 책임감이 필요하다. 매일 내 갑옷이 더 단단해지도록 담금질을 해야할 것만 같다.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게 인생이고, 그저 나 하나 잘 살면 그만이라는 게 삶이라곤 하지만, 내가 갈수록 느끼는 삶은 그와는 다소 다르다. 오히려 이 땅에 와서 한 평생 살아간다는 건, 내 숨이 붙어 있는 한 내 책임을 다하고 떠나는 무엇에 가깝다고 느낀다. 빈 손으로 왔다가, 충분히 책임지고,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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