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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01. 2021

유혹과 삶, 용기에 대하여


나는 주기도문에서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라는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삶에서 나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데 세상의 너무 많은 욕망들과 유혹들을 이겨내는 게 언제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정확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삶을 훼손시키거나 부산스럽게 하는 욕망들을 적절히 제거하면서 사는 데 많은 마음의 힘을 써야했다. 청년 시절을 그렇게 부지런히 마음과 씨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는 제법 절제력도 생긴 듯하고, 내가 원하는 삶의 과녁을 향해 다소간의 자제심을 동원하는 방법도 알게 된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혹은 삶을 다채롭고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달콤한 벌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유혹에 너무 방어만 하며 살다가는,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을 모두 놓친 채로 시간만 흘러가버릴 수도 있다. 사실, 유혹에 대한 저항은 많은 경우 용기 없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유혹에 뛰어들 만큼의 용기가 없었고, 그래서 충분히 모험하지 못했고, 삶의 다채로운 측면들을 누리지도 못한 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흘러가버리는 일도 참으로 자주 일어난다. 


그렇게 보면, 좋은 삶이라는 것은 내가 스스로를 어떤 유혹에 자기를 던져 넣고, 반대로, 어떤 유혹에는 스스로를 방어할지를 잘 결정할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유혹에 빠져든 이후에는 대개 돌이킬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유혹을 저버린 이후, 유혹을 발로 걷어차버린 이후에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유혹에 스스로를 내맡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유혹은 나를 더 멋진 삶으로 이끌어줄까? 이 유혹은 나에게 너무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좋은 자극을 줄까? 이 유혹은 나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는데, 그곳은 더 좋을 곳일까? 이 유혹을 놓치면, 나는 평생 후회하게 될까? 그런 고민들이 대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절에 매일같이 주어진다. 


나는 어떤 유혹들에는 칼같이 저항하고 잘라내면서, 반대로, 어떤 유혹들에는 일부러 스스로를 던져 넣었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를 던져넣은 그 유혹들이 내 삶을 더 나은 희망 쪽으로 이끌어갈 거라 믿었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유혹들을 선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 다른 유혹들에 휘둘리지 않고, 그런 유혹들을 거절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주기도문의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를 중얼거릴 때는, 내가 택한 이 유혹에 충실하게 하시고, 그러므로 다른 유혹들에는 더 이상 휘둘리지 말게 하시고, 그저 내가 택한 것들 안에서 얻는 행복들이나 만족들, 성취들 속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아마도 삶이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과연 내가 택한 것들이 최선이었는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삶이 살만했던 것은 그렇게 내가 택한 것들을 어떻게든 지켜내면서, 내가 택하지 않은 것들을 거절하고, 내가 택한 것을 '최선'이라 믿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여 나은 삶으로 만들어가는 일을 부지런히 해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달라는 것은 내가 택한 삶에 충실하게끔 해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어쨌든 내가 택한 이 어느 유혹, 어느 삶 속에는 그 안에서의 최선이라는 게 존재하고, 삶의 최선이란, 바로 그런 식으로만 살아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삶에는 용기를 갖고 유혹에 뛰어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일단 어느 유혹을 택했다면, 그 이후에는 다른 유혹들을 부지런히 방어하면서, 자신의 유혹 안에서 최선을 찾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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