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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May 15. 2023

첫 카지노에서 큰 돈을 번 사람은 신이 버린 사람이다

Unsplash의Kaysha



도박꾼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처음 카지노를 방문했을 때, 가진 돈을 다 잃으면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큰 돈을 따면 신이 버린 사람이라고 말이다. 처음 우연히 자기 월급의 몇 배쯤 되는 돈을 한 번 따면, 그 자리에서 뇌가 폭발해버릴 듯한 쾌감과 두근거림을 느끼고, 그 느낌은 평생 잊을 수가 없게 된다. 나는 신에게 선택 받은 행운아라는 망상에 빠지면서 다시 월급을 들고 찾아가고,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파멸한다. 

도박꾼들 사이에 떠도는 저 비유는 매우 촌철살인 같은 데가 있다. 우리가 신에게 선택받은 행운아라고 믿을 법한 그런 착각의 순간, 그런 표면적인 현실, 그렇게 믿는 게 당연해보이는 어떤 순간에야말로, 사실은 신이 버렸다는 그 아이러니가 인간사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이를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 가장 좋아보이는 것에 우리는 가장 취약하다. 우리가 환상적으로 좋아할 만한 것이 사실은 우리의 덫이고, 개미지옥이다. 

이 이야기는 소년급제나 어린 시절의 성공은 저주와 같다는 이야기와 맥이 닿는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고 얻은 성공은 그를 매우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처음 경험했던 환희 이후, 그와 유사한 정도의 환희가 반복되지 않으면, 그 이상의 강도를 가진 환희가 도래하지 않으면, 그는 점점 더 초조해지고 취약해질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생명체인데, 문명과 사회의 조건 안에서는 갑작스러운 '도약'이 있고, 이 도약이 인간이 마땅히 익혀야 할 자연스러운 성장을 파괴한다. 마찬가지로 고래로 인간의 사냥법은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먼 여정을 마라톤 하듯 달려가는 '인내'의 기술이다. 그러나 벼락맞은 듯한 성공은 그런 인간이 평생을 통해 성장하고 견뎌야 할 구조를 근본적으로 파괴해버리는 저주가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신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우리 삶에 물든 점진성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혹은 너무 갑작스러운 성공이나 행운은 오히려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 신이 나를 버리려는가? 신이 나를 시험하려는가? 그런 생각 속에서 내 삶에서 이어지고 지속될 수 있는 어떤 '점진적 영역'의 바지끄댕이를 붙잡아야 할 수도 있다. 어제로부터 오늘로, 다시 내일로 이어지는 이 영원한 점진성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너무 좋은 것은 독약일 가능성이 높다. 너무 아름다운 버섯은 독버섯이다. 우리는 사실 너무 좋은 것을 놓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 아이러니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내일 우리가 선택할 것은 오늘보다 '살짝'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오늘보다 '살짝' 더 나쁜 것이 온다면, 또 그것에 감사할 필요도 있다. 결국 그런 살짝 나쁜 것들이 내게 면역력을 길러주며, 살짝 더 좋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지킬 수 있는 힘들로 쌓여가기 때문이다.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원칙을 끝내 지켜내고야 말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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