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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ug 14. 2023

J의 시간 관리 방법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거의 같은 질문을 계속 받고 있다.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변호사 일에, 강연, 모임, 방송, 인터뷰, 칼럼, 매일 하는 글쓰기, 육아, 운동 등까지 다 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사실, 그럴 때마다 "그냥 습관이죠."하고 애매하게 대답했는데, 얼마 전에는 시간 관리에 대한 글을 꼭 써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어떤 글을 써달라고 하면 잘 거절을 못하는 편이라, 시간관리에 대한 글을 써보게 되었다. 먼저, 내가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가장 중요한 건 '반드시 해야되는 것'과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되는 것'부터 스케쥴러에 채우면서 일정을 짜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의외로 반드시 해야되는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잘 발라내다 보면 삶에 생각보다 '심플한 원칙'이 생기기 시작한다. 일단,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일정량 이상 유지하는 것이 일순위다. 회사도 다녀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매일 글쓰는 것도 중요한 순위에 둔다. 그러고 나면, 반드시 해야되는 일은 별로 없다. 칼럼, 강연, 인터뷰 등은 하면 좋긴 하지만, 안해도 된다. 후순위인 것이다. 


그래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선순위 시간들'을 제외하고 나면, 일주일 중에 빈 곳이 몇 개 생길 것이다. 후순위의 것들은 이 빈 곳들에 채워 넣는다. 단위는 대략 한 달을 기준으로 잡는다. 가령, 한 달에 인터뷰가 3개면 너무 많다. 한 달에 인터뷰 한 번, 강의는 몇 번, 칼럼은 몇 번, 같은 식으로 스스로 한계치에 따라 '배당'을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계를 알고 적당히 전체적인 관점에서 시간을 배분하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일상을 조망하다 보면, '빼도 되는 시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매일 밥 먹어도 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일주일에 동료들과 하루 정도는 밥을 먹되, 3일 정도는 빼서 혼자 책 읽거나 글쓰는 시간, 산책하거나 가볍게 운동하는 시간으로 쓸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빼도 되는 시간'을 찾다 보면, 은근히 시간들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한 달치 스케쥴러 보는 걸 좋아한다. 거의 매일, 심심할 때마다 본다. '어라, 여기 빈 시간이 있네. 여기 뭘 넣어보지?' 그런 생각을 재미삼아 해본다. 뉴스레터 만들어서 한 달에 글 한 편 쓰는 정도면 '이 한 달의 이런 구석 안'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넣어보는 식이다. 그러다 일상이 벅차면 뺄 건 다시 빼는 식으로 계속 한 달 스케쥴러를 만든다. 


작년에는 모바일 게임 하나를 재밌게 했었는데, 점점 시간도 많이 들어가다 보니, 올해부터는 그 시간을 빼버렸다. 그러면 당장 하루에 1시간 이상은 생기는데, 여기에 시간을 잘 넣으면 다른 쪽에 풍선효과처럼 시간이 생긴다. 가령, 출근 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했으면, 이것을 1시간 독서 시간으로 채울 경우, 밤에 독서로 채웠어야 할 1시간이 글쓸 수 있거나 아내랑 영화볼 수 있는 시간으로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넣고 빼는 블럭 게임을 해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수험생활 할 때도 정말 중요했다. 특히, 스스로 어떻게 시간을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속 실험했다. 가령, 하루에 12시간 정도 문제만 풀면, 나중에는 효율이 극도로 떨어진다. 대신 4시간 정도 쓰면서 정리하고, 4시간 정도 문제 풀고, 4시간 정도는 누워서 녹음 파일을 듣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과 산책 시간을 넣어주는 식으로 에너지 강약 조절로 최적의 효율이 있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조작하고 다루는 건 일종의 게임, 블럭 게임을 닮았다. 


관건은 초조하게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없이 살지 않고, 한 달 이상의 단위로 계속 일상을 조망하면서 시간 블럭 넣고 빼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략 몇 년 전부터, 나는 어딜가나 품 속에 스케쥴러를 들고 다닌다. 딱 안주머니에 들어갈 정도 크기로 들고다니면서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 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언제 무얼 하고, 그 다음에 무얼 하고, 이 빈 공간에서는 무얼 할지 계속 시뮬레이션도 해본다. 그런 것이 루틴화 되면, 스스로는 시간을 꽤 적절하게 사용한다고 느끼게 되는 듯하다. 맞다, 나는 J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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