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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01. 2021

자신감 있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자신감 있다는 것은 오만한 것과는 다르고, 마찬가지로, 겸손한 것과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신감과 오만은 헷갈리기 마련이고, 자신감 있다는 이유로 겸손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실, 겉으로만 봐서는 그런 차이들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런 평가를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적당히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지나친 자기자랑이나 오만처럼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사실, 그런 점에서 객관적으로 좋은 의미의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평가는 서로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마련이어서,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시기질투를 불러일으켜서 오만하게 짝이 없는 인간으로 보이는 사람도, 그보다 많은 것을 얻은 사람에게는 자신감 있는 귀여운 청년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책은 딱 '1만부 정도만 팔리면 좋겠어요.'라는 말은 매번 3천부 파는 작가에게는 오만으로 보일지 몰라도, 매번 10만부 파는 작가에게는 참으로 겸손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사람의 인격이라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자기가 소통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크다. 혹은,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이런 인격, 태도, 인간성의 문제는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인격 좋고, 자신감 있고, 그러면서도 겸손하며, 올바른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감 있는' 사람에 대해 개인적인 정의를 하나 갖고 있는데, 그것은 '흔들림 없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감 있는 사람은 흔들림 없는 자기 자신의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오랫동안 쌓아온 어떤 경험으로부터 얻은 실력이나 지혜 때문일지도 모르고, 삶이나 신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도 모르고, 더 넓은 인생에 대한 서사적인 신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확실히 어떤 사람에게는, 그가 실제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와 무관하게, 흔들림 없는,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신뢰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그런 느낌을 참 좋아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다소 돌아오긴 했지만, 결국 나에게 인간적인 성숙으로서의 목표랄 게 있다면, 단순히 겸손하거나, 단순히 올바르거나 착한 사람이거나, 하는 것보다도 그런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신감 같은 걸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그런 묘한 종류의 자신감을 갖게 되면, 타인들의 평가라는 것도 아무래도 좋아지는 것 같다. 그 누군가는 그저 묘한 자신감을 지니고서, 자신의 길을 걸어나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실제로 어떤 실패가 있든, 누가 무어라고 하든, 그저 자기 안에 그 무언가를 믿으면서, 맑은 눈빛으로, 자기가 갈 곳을 향해 걸어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쯤되면, 사실 그 누군가에게 오만하다든지 겸손하다든지 하는 평가 자체가 무력해지는 시점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는 그저 한 줌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에게 주어진 하나의 삶을 걸어가고,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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