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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ug 24. 2023

내가 너를 지킬게


언젠가 아이는 한 여행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찾다가 엉엉 울어버린 적이 있었다. 리조트의 광장 같은 곳이었는데, 아내와 나는 놀고 있는 아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갑자기 엄마랑 아빠가 없어졌다고 느꼈는지, 정신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초조하게 뛰어다녔다. 나는 아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기에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심정이랄 게 훅 와 닿아서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부모를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 마음을 한 순간 이해해버렸던 것이다. 


아이는 나를 발견하고는 잃어버린 줄 알았잖아, 하면서 엉엉 울었다. 나는 아이를 안고 다 보고 있었다며 달랬지만, 아이는 너무 놀란 상태였다. 나는 아직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어야 했던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 없는 세계란, 아직 무서운 것이었다. 나는 아직 이 아이를 지켜야 했다. 아이가 아직 이 세상을 뛰어 놀기 위해서는 부모의 시선이 필요했다. 


나는 주차장이나 찻길에서는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매번 의식한다. 내가 한 순간의 실수나 방심으로 이 손을 놓았다가, 아이가 차에 치이거나 사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내 손 안에 놓여 있는 한 생명, 나의 사랑, 내가 지켜야 할 존재를 의식한다. 그러면서 언제쯤 이 손을 놓게 될지도 종종 생각한다. 이를테면, 출근길에 혼자 학교에 가는 어느 아이를 마주칠 때면, 저 아이는 괜찮을까, 차들이 다니는 골목길을 혼자 걸어도 괜찮을까, 생각한다. 나의 아이도 저 만큼 크면, 이제 조금씩 손을 놓아 주어도 되겠구나, 때론 내가 안 보여도 되겠구나,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는 건, 내 손 안에 무언가 잡을 것을 들이는 일이다. 그리고 잊어버릴까봐 꼭 붙잡고서, 놓지 않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입 맞춤을 하기 전에 손을 잡으며 사랑을 시작한다. 당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함께 걸으며 손을 잡기 시작한다. 그들을 평생 서로를 놓지 않기로, 잃지 않기로 약속한다. 그 약속이 끝날 때마다, 삶은 한 번씩 끊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기어코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만다. 


요즘에는 퇴근길의 공원에서는 강아지 끈을 잡고 산책하는 노인들을 보곤 한다. 아마도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갓 태어난 존재의 탯줄을 잡고,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그렇게 살아왔을 한 사람은 이제 나이가 들어,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있구나, 생각한다. 언젠가 강아지도 그의 곁을 떠나겠지만, 그는 또 무언가를 찾아 잡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그 어느 존재를 잡는 일이다. 당신이 떠날 걸 알지만, 모든 오므린 손이 언젠가 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처럼, 이 손을 놓을 때가 올 걸 알지만, 그래도 우리는 또 그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다신 잃어버리지 않을게. 내가 너를 지킬게." 


이 지키고 싶은 마음이야 말로, 삶의 본질이자 인간의 본성이고, 우리가 결코 놓을 수 없는 우리 영혼의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지킬 존재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신의와 약속을, 누군가의 믿음과 눈빛을, 누군가의 사랑과 기대를 지키고 싶다. 당신이 살아있는 한 지키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있다. 그것을 놓지 않는 한,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낸다. 나는 당신의 손을 잡음으로써 내가 된다. 그렇게 당신이 나를 지켜준다. 나의 손을 잡고 나를 올려다보는 한 아이의 눈빛이, 내가 무엇도 포기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 서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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