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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ug 31. 2023

인플루언서 최대 3년 법칙

얼마 전 인플루언서 3년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들은 늘 3년이 고비라는 것이다. 급격하게 인기를 얻고 상승을 하다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여러 이슈들로 추락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 혹은 3년차쯤에 이르러 정체기가 오게 되고, 이 정체기를 견디지 못한 채 각종 무리한 시도를 하다가 도리어 고꾸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튜버만 하더라도,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죄로 구속되어 징역형을 살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그밖에도 온갖 송사에 휘말리고, 각종 질시와 경쟁 속에서 버티지 못한 채 '흑화'되어 몰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큰 성공'을 일시적으로 경험해본 뒤, '성공에 맛들려' 더 크고 극단적인 성공을 추구하다가 범죄에 휘말리고 빚을 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시대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상승과 하강이 별처럼 펼쳐져있는 시대가 되었다. 갑작스레 초신성 폭발하듯 성공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리고 역시 초신성 폭발하듯 반짝 하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참으로 많다. 수많은 콘텐츠들은 당신도 초신성 폭발을 해낼 수 있다고 속삭인다. 나의 비법만 믿으면 6개월 안에 구독자 수 폭발에 인플루언서에 월 1,000만 원 얻는 건 문제도 아니라는 식의 콘텐츠가 아마 우리 나라에만 100만 개쯤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풍경을 바라보면서, 과연 그런 걸 '원할 만 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설령 초신성 폭발하는 기술이 실제로 있다 한들, 그런 기술을 익히는 건 오히려 왼쪽 손모가지 하나 잘릴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꾸준하게 이어가며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타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쓴 책이 초신성 폭발 못하면 어떤가? 20년간 계속 쓰다보면, 나름대로 값진 경험들을 많이 얻게 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사실 꾸준히 조용하게 잘하는 게 더 큰 이익이 될 수도 있다. 흔히 10만부 베스트셀러는 엄청난 것이라고 하지만, 1만부짜리  책 10권만 쓰면 도달할 수 있는 부수이다. 작가들 중에는 큰 규모의 작품을 얼마 생산한 뒤 급속도로 슬럼프에 빠지거나 논란에 휩싸이거나 소위 '흑화'되어 꾸준한 글쓰기를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교적 조용히 오랜 세월 죽을 때까지 10권, 20권, 50권, 100권씩 쓴 작가들도 있는데, 나는 그런 작가들의 저력을 더 존경한다. 


말하자면, 콘텐츠 생산자, 작가, 창작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세월이 적인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세월이 자기 편인 사람이다. 세월이 적인 사람은 단기간의 성공을 추구하고 그에 취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급격히 자기에서 빠져나가는 그 성공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류 역사상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망가졌는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반면 세월이 자기 편인 사람도 있다. 그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은 작픔을 보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더 깊고 넓은 세계를 얻게 된다. 그는 매일, 매달, 매년 자신을 축적한다.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인 '복리의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시끄럽게 돌아가든, 누군가가 초신성 폭발했다가 구속되어 잡혀가든, 또 누군가 롤로코스터 타는 듯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든,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않은 채 세월을 쌓아간다. 다른 사람들이 타인이 될 때, 그는 그가 된다. 그는 매년 깎이는 바위가 아니라 매년 성장하는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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