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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Sep 07. 2023

나는 올해 읽고, 쓰고, 사랑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되니,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한 것은 읽고, 쓰고, 사랑한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긴 했지만, 진정으로 한 것은 역시 읽고, 쓰고, 사랑한 것 세 가지인 것 같다. 순수하게 나의 의지로, 이 하나 뿐인 삶을 진심으로 아까워하며 선택한, 가장 능동적으로 선택한 세 가지 일이다.

몇 권쯤 되는 책들을 읽었는지 잘 가늠되지는 않는데, 아마 일주일에 두 세 권쯤 읽지 않았나 싶다. 책 한 권 한 권에 삶을 심듯이 나의 가장 순수한 의지로 책들을 골랐다. 매번의 책들이 열어보일 세계, 책들이 줄 마음, 책들로부터 얻는 것들을 좇으며 한 해를 살아왔다. 책들이 없었다면, 마치 나의 마음도 없었을 것만 같다. 책들이 내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썼다. 정말이지 단 하루도 쓰지 않은 날이 없었다. 올해는 다이어리가 모자라서 노트 하나를 더 투입시켰다. 빼곡하게 매일의 일기를 썼다. 그와 별개로, SNS에도 거의 매일 쓴 글을 올렸고, 또 칼럼 같은 글들도 많이 썼다. 내가 올해 그렇게 쓰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쓰지 않는 나'는 무엇이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다. 나는 씀으로써 내가 되었다. 글쓰는 순간 만큼은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나로서 한 해를 살았다. 모든 글에 솔직했다.


그리고 사랑했다.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으려고 악을 쓰듯 사랑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말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달렸고, 매일 적어도 한 번씩은 힘을 내서 아이를 웃게 했고, 아내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고, 가족들을 생각하거나 걱정하고, 또 나의 어느 사람들의 손을 붙잡으려 애썼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 한 해도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밖의 일들은, 재밌는 이벤트도 있었고, 나름 의미있는 순간들도 있었고, 즐거운 시간들도 있었고, 몰입하고 열중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진정으로 한 것은, 그 모든 일들을 주변부로 살짝 밀어 젖힌 곳에 있는, 읽고, 쓰고, 사랑하는 일이었다. 다른 건 없어도 나일 수 있지만, 읽고, 쓰고, 사랑하는 일 없이는 나일 수 없다. 나는 매일 그 본질을 잊지 않으려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쓰고, 사랑한다.


올해는 읽고, 쓰고, 사랑했다. 올해의 남은 시간도 그러하길 바라고, 내년도 그랬으면 한다. 그리고 한 50년 뒤에도 그러길 바란다. 내가 진정으로, 가장 능동적이고 순수한 의지로, 손 끝에까지 내 마음으로 가득 채워진 나의 결단과 의욕으로, 내가 책 한 권을 고르고, 글 한 편을 쓰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죽는 날까지,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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