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잘하게 되는 게 제일 재밌는거야." 롤러 스케이트를 아이에게 가르치다가, 아이랑 잠시 벤치에 앉아 쉬면서 말했다. 아이는 거의 처음이라 계속 넘어지면서도 오뚜기처럼 계속 일어나 연습을 하며 재밌어했다. "뭐든지 다?" "응. 뭐든지 잘하게 되는 게 제일 재밌어. 한글도 잘 읽게 되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있어." "진짜?" "그래, 열심히 하면 뭐든 잘할 수 있게 돼."
롤러 스케이트를 타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여의도의 카페에 갔다가 공원에 들르기로 했는데, 공원에 가니 엄청 넓은 광장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대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한 번 타보겠냐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겠다고 해서 타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 아이는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지만, 조금씩 걷고 넘어지면서 금방 나아지기 시작했다.
"잘했어! 넘어질 때마다 잘하게 되는거야!" 나는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응원했다. 조금 더 과감하게 발을 밀고 나가보라고 했다. 겁먹고 가만히 서있거나 조금씩 걷는 정도로는 잘탈 수 없다. 넘어질 걸 각오하고 약간 과감하게 다리를 뻗어보고 속도도 내봐야 한다. 그러면 몇 번 넘어지다가 이내 스스로 감을 잡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넘어져도 되니까, 씩씩하게 발을 뻗고 나가라고 했다. 넘어질 때마다 잘했다고, 넘어져야만 잘타게 된다고 몇 번이나 말해줬다.
아이는 비행을 배우는 아기새처럼 한 시간 내내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며 집요하게 애썼다. 그러더니, 10분이 지날 때마다 정말 실력이 좋아졌다. "잘타게 되니까 재밌지?" "응!" "그래, 뭐든 잘하게 되면 진짜 재밌는 거야. 운동도, 공부도 다 똑같아." 그건 진짜 나의 신념이었다. 뭐든 잘하게 되는 건 다소 귀찮고 어려운 일이지만, 잘하게 되면 잘하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잘하게 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인생은 즐거워진다.
요즘 사람들이 볼 때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아이를 약간은 거칠게, 씩씩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편이다. 자꾸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스스로 해보고 독립심을 키우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컸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소중한 양식은 모두 어떻게든 내가 약간 고집스럽게, 실패하면서, 의존심에서 벗어나고 다소간의 독립심과 모험심을 발휘하려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었다. 아이를 온실 안의 화초처럼 키우기 보다는, 아이가 내 품에 있는 동안 저 거친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심지, 능력, 체력, 독립된 마음과 창조성을 기르길 바란다.
살아갈수록 확신하게 되는 것이지만, 인생을 좌우하는 건 거의 인내심 혹은 끈기 혹은 꾸준함이라 부를 만한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기만 해도, 꾸준히 자기만의 힘으로 나아가기만 해도, 대개 우리는 삶에서 가치있는 무언가를 얻는다. 무엇이든 10년, 20년 하면 그것의 전문가가 되고, 무엇이든 하다보면 천재적인 재능이 없어도 잘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이든 자기 의지와 힘과 능력으로 잘할 줄 알게 되면, 단순히 그 무언가를 소비하는 쾌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 시절 배워야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저기 언덕을 넘으면,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그래서 언덕은 넘고 또 넘을수록, 삶은 즐거워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