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나만의 삶을 롱런하는 것
요즘 내 삶의 모토는 너무 안달하지 않고 소소하게 삶을 사랑하기다. 삶도, 사랑도 장기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장의 엄청난 쾌락이나 급박한 성공을 바라기 보다는, 오랫동안 천천히 삶을 완만하게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년, 30년 뒤에 작은 정원이 있는 나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너무 대박이 나서도, 쪽박이 나서도 안되고, 그저 잔잔하게 성숙해갔으면 한다.
우리는 올해 이사를 하고 부쩍 행복해졌다. 누가 봐도 대단한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 방을 만들어주고, 우리가 원하는 가구 몇 개쯤은 살 수 있고, 꾸미는 재미가 있는 여백 만큼 우리 마음도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침 해와 노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집은 온통 다른 건물들로 막혀서 하늘 한 조각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해와 하늘, 구름과 도시의 멀리가 보인다. 그것이 내게 종종 옛 꿈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어쨌든 둘만의 힘으로 착실히 이 낯선 서울 땅에 우리 셋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지지하고 대견스러워한다. 부모가 떡하니 집을 내어주거나 몇 억씩 지원해주고 인근에 살며 끝없는 지원을 보내는 그런 집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우리 둘이 만들어가는 이 여정을 사랑한다. 약간 걱정이 되는 건 건강 정도인데, 앞으로 10년, 20년 건강하게만 몸과 마음을 지켜낸다면, 무너지지 않는 삶 하나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살 생각은 없다. 아이 교육에서든, 겉모습 치장에서든, 타는 것과 사는 곳을 갖고 하는 끝없는 비교 경쟁에서든, 우리는 그냥 우리에게 딱 맞는 옷을 골라입듯 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아이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모두를 무찌르는 1등 괴물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 타인들과의 비교 우위에서 항상 값비싼 걸 걸치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지도 않고, 영혼까지 긁어모아 어떻게든 한끗이라도 더 잘사는 동네에 입성하려는 그런 조바심으로 살고 싶지도 않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조금 더 오늘에 머무르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주말에도, 연휴에도 대개 소소한 시간들을 보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동네에서 고기 구워 먹고 공원 산책하는 일을 최고로 사랑하기, 침대를 뒹굴고 동물 흉내내며 싸우는 놀이나 한강에서 공차는 일을 가장 애틋하게 생각하기, 매일 같이 샤워하며 거품 장난을 하거나 셋이서 모여 앉아 과일 먹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기, 그런 것들을 매일 더 배우려 한다. 그 무언가를 쫓느라 무리하며 사랑을 놓지 않고, 행복을 잃지 않기. 나는 그것이 현명한 삶이라 생각한다.
아직 나는 기껏해야 인생 전반부를 살고 있다. 쉰쯤부터 후반부라 생각한다면, 긴 인생을 나름대로 잘 유지해가는 게 중요할 것이다.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날 때쯤에는, 둘이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잔잔히 누릴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인생 후반부에 할 만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도 좋을 듯하다. 착실히 돈도 모으고, 연금 저축도 넣고, 건강도 챙기며 10년을, 20년을 쌓아갈 생각을 한다. 나이 들어, 아이가 찾아오고 싶은 고즈넉한 곳에 단정한 집 한채 지어놓고 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건 나의 인생 자체를, 또 나의 사랑 자체를 롱런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저 나의 삶을, 우리만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