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 등이 연루되는 사기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기사건들은 거의 다단계 사기 비슷한 구도를 띄고 있는데, 사실 이런 사건들에서 가장 애매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소위 '중간모집책'이라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도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대규모 사기사건을 몇번 다루어봤는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게 이 중간모집책들을 공범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였다.
사실, 피해자가 주범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간모집책'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를 했다면, 피해자는 그를 범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중간모집책도 주범을 믿고 범죄인지도 모르고 돈을 받아 주범에게 건넸다면, 이 사람을 범죄자로 보아야할지가 애매해진다. 이 경우에는, 이렇다 할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사실 검사가 기소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범죄자 여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맡았던 한 사건에서는 소위 '중간모집책'이 수십억 원의 이익을 가져갔지만, 피해자들이 그를 고소하지도 않았고, 사기인 줄 몰랐다고 하여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사건에서는 그런 '중간모집책'이 실제로 얻은 이익도 거의 없었는데, 피해자가 그를 고소하고 검사가 기소를 하여 징역형이 나오기도 했다. 두 사건 다 깊이 검토한 입장에서는, 사실 전자가 범죄자에 더 가깝게 보였는데도 말이다.
피해자들이 있고, 피해액이 대규모로 존재하며, 피해자가 중간모집책을 공범으로 고소하였다면,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요.'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주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 경우에는 모른 것도 일종의 죄가 될 수 있다. 최소한 '알 수 있었다'라는 차원에서 '미필적 고의'라도 있었다고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애초에 잘 모르는 일에 연루되어, 남의 돈을 끌어다 쓰는 일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나아가 하나 기억해야 할 게 있다면, 모든 사기는 처음에는 달콤한 보상을 주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특히, 코인 투자 사기 같은 경우는 처음에 큰 수익률을 보장해주면서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고, 그러다가 매우 큰 금액이 전달되고 나면, 범죄자가 잠적해버리는 식이 가장 흔하다. 그로부터 최초의 수익을 얻은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을 마구 추천해주었다가, 공범으로 몰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게 인생이 파탄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돈이 돈을 버는 시대라고 하고, 쉽게 돈 벌 방법이 있다는 광고가 온데간데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그럴수록 돈은 주의하고 조심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인간의 모든 욕망과 희망과 증오와 슬픔이 어려 있는 한 맺힌 귀신 상자와 같은 것이어서, 그것을 함부로 다루었다가는 어떤 귀신에 씌일지 모를 일이다. 돈에는 늘 피눈물이 묻어 있고, 그것을 함부로 만지면 피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