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상담 주간에, 선생님은 아이의 가장 큰 장점이 '다정함'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내심 똑똑함 같은 건 아닐까,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정함'이라는 말이 나와 약간은 놀라기도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아이는 누구든 혼자 노는 아이가 있으면 곁에 가서 함께 놀아주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다정하게 대해준다는 모양이었다.
특히, 선생님이 "누가 혼자 놀고 있네. 같이 놀아줄 사람?" 하고 물어보면, 늘 아이가 먼저 나서서 혼자 놀고 있는 친구랑 놀아준다고 한다. 나는 그다지 다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아이의 다정함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아이의 그런 '다정한 자질'이 참으로 기특하고 뿌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이익 잘 챙기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믿는 시대이지만, 아내랑 나는 아이에게 다소 다른 걸 가르치려고 하는 편이다. 조금 뒤처지거나 남들보다 느린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든 각자 속도가 있기 마련이니, 한글이든, 수학이든, 영어든, 수영이든, 줄넘기든 자기의 속도에 맞게 가면 된다고 믿는다.
그보다 중요한 걸 한 마디로 하면, 무엇이 "소중한지"를 아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아이가 엄마와 아빠랑 보내는 어느 주말, 신나게 뛰어놀고 맛있는 걸 먹는 일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싶다.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마음, 줄넘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 책을 읽을 줄 알고 싶은 마음이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싶다. 또한 외로운 친구를 챙기는 것, 친구와 함께 노는 일,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싶다.
아마도 아내도 그런 마음에서 아이에게 자주 사진을 보여주지 않나 한다. 아내는 아이랑 둘이 누워서 아이에게 우리들의 옛 사진을 보여주는 걸 참으로 좋아한다. 이 때 참 좋았지, 또 가고 싶지, 이 때가 참 그립지, 하고 이야기하곤 한다. 나는 아이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무언가에 노력하는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들을 칭찬한다. 아이가 자기 마음의 실체를 쥘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한다.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건 때로 자기 마음을 믿는 일이라는 걸, 아이가 알아갔으면 좋겠다. 결국 경쟁이라는 건 때론 이기고 지기도 하는 법이다. 항상 이기거나 앞서나갈 수도 없고, 그것이 언제나 능사도 아니다. 그보다 더 많은 순간, 우리는 자기 마음을 믿고 이 삶을 건너가야 한다. 타인에 대한 마음, 다정, 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희망, 그런 것들을 때론 집요할 정도로 믿을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역할은 아이에게 좋은 마음을 믿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