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미워하는 데는 항상 그럴싸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호불호라는 것은 대개 직감적으로 먼저 정해지거나, 어떤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이유로 정해진다. 그 다음에 그 사람이 좋은 이유는 자기가 마음대로 합리화하기 마련이고, 반대로, 그 사람이 싫은 이유도 제멋대로 합리화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듯하다.
가령, 내가 실제로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아주 사소한 질투심이나 실망감, 혹은 나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토라짐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점점 그런 서운함 같은 것들이 누적되다 보면, 악감정이 되고, 어느 순간, 상대방을 악마나 나쁜 사람, 어딘지 잘못되거나 이상한 사람이라 단정짓고 무한하게 논리를 확장시켜 나가는 일들이 흔하게 있는 것 같다. 특히, 사랑을 할 때 누군가를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천사로까지 격상시키며 온갖 합리화를 하다가, 반대로, 헤어질 때는 세상 최악의 악마라고 철두철미하게 믿는 일이란 참으로 흔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자꾸 너무 좋은 사람으로만 생각되고, 좋은 사람인 이유만 떠오르면, 그냥 그 사람이 좋은가 보다 생각한다. 실제로 그 사람이 천사나 성인,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나랑 잘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관심 자체를 끊으려 하는 편이다. 더 생각해봐야, 어차피 싫은 사람에 대해서는 더 악마적인 생각만 더해질 것이므로, 생각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별반 가치가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의 생각조차 믿을 수가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내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래서 아마도 내게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되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는, 내가 아마도 싫어했거나 그다지 내 마음에 들지 않았으므로 무관심해진 일군의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인생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것은, 특정 누군가를 집요하게 노려보고, 주시하면서, 계속 그를 더 미워하고, 그를 미워할 만한 더 나쁜 이유들을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내고 합리화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데 쓰는 에너지는, 언제나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배반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세상에는 눈에 불을 켜고 비난할 사람, 모욕할 사람, 평가절하할 사람, 나아가 린치하고 마녀사냥할 사람을 찾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이 너무나 정의로운 사람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에너지가 쓸 데가 없는 심심한 사람이어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항상 자신도 모르는 피학적이고 상처 받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 그 누군가를 향해 공격성을 내뿜고 싶어서 공격할 대상을 찾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로서는, 나 같은 인간은, 그런 식의 에너지 순환이 참으로 피로하게 느껴진다. 나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내 삶의 선순환에 보다 이롭게 쓰고 싶고, 그러기 위해 매일 애쓴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역시,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여러모로 자기와 잘 맞는 사람을 좋아하듯, 나도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