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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26. 2023

꾸준히 글써서 뭐하냐는 말에 대하여

Unsplash의Unseen Studio



페이스북에 꾸준히 글써서 뭐하냐, 이제 사람들 페이스북도 안하고, 긴 글도 안 읽고 책도 별로 안사준다라는 말은 아마 100번쯤 들었다. 유튜브 해서 뭐하냐, 레드오션에 해봐야 돈도 별로 안된다더라는 말도 한 100번쯤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글써서 뭐하냐, 거기는 컨셉 잡고 예쁜 사진 안 올리면 아무 의미 없다는 말도 100번쯤 들었다. 변호사는 이제 예전만 못하고 돈도 못 벌고 고생만 하는 직업이 되었는데, 왜 굳이 고생해서 하냐는 말도 100번은 들었다.


사실 그 말들은 다 맞는 말들일지도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하나도 안 맞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렇다 할지라도' 그냥 하고 싶어서 한 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글써서 책을 엄청나게 팔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유튜브로도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얻어 떼돈을 벌 생각도 없고, 인스타그램에도 근사하게 사진들을 전시해서 거대한 팬덤을 만들 생각도 없었다. 당연히 변호사 해서 고생 안하는 천상의 부자가 될 생각도 딱히 없었다.


하나씩, 이야기해보면 각 계기는 대략 이러하다. 페이스북에 꾸준히 글을 쓰게 된 건 로스쿨을 가면서였다. 공부하면서 책을 쓰거나 할 수는 없었는데, 글쓰기를 놓지는 않고 싶어서 소소하게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에는 신혼과 육아가 시작된 때이기도 해서, 내게 소중한 그 시절 이야기를 잘 남겨두고 싶었다. 그래서 그저 하루에 10분 씩이라도, 너무나 글을 쓰고 싶었기에 쓴 것 뿐이었다.


요즘 유튜브를 조금씩 올려보기 시작한 것은, 말로 사라지는 많은 것들이 아쉬워서였다. 강연이나 방송을 많이 하긴 하지만, 돌아서면 사라지는 그 말들이 어딘지 아쉬웠다. 현장에서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은 이야기들도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소소하게라도 남겨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퇴사를 했으니, 회사를 다니는 동안 할 수 없었던 것 하나쯤은 시작해야 기분이 날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진은 거의 없이 대부분 그냥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그냥 글을 올리기만 해도, 팔로워가 꽤 많이 늘어서 1년 새에 1만 명 쯤 되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지인들은 인스타그램에 대부분 있고 하니, 이쪽에 글을 올리는 것도 좋게 느껴졌다. 특히, 비교적 젊은 층, 나와 같은 나이대에 육아하는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라 나의 글이 전해질 사람들이 많아 보여서 쓰기 시작했을 뿐이다. 당연히 내 인스타그램은 딱히 화려한 컨셉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글쓰는 잡동사니 노트처럼 되어 있다. 


변호사 일은 여러 직업들을 고민하면서, 또 시도와 도전도 해보다가 결과적으로 '내게 온' 직업이다. 로스쿨 준비를 하면서, 대기업, 공기업, 언론사 준비도 함께 했고, 출판사나 글쓰기 교습소를 차릴 생각도 했었다. 그 여러 방황의 시간 동안, 결과적으로 나를 받아준 곳이 로스쿨이었다. 아마도 내가 살아온 여정, 나의 글쓰기, 나의 삶을 가장 좋게 본 것이 언론사 기자나 PD도 아닌, 로스쿨 교수님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 변호사 한 번 해보세요, 라고 말이다. 감사하게도 입학 장학금까지 쥐어주시면서 말이다.


변호사가 되었지만, 역시 떼돈을 벌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타인의 삶을 더 깊이 듣고 충실히 돕는 법을 배우고 있다. 변호사가 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여러 일들을 접하고, 또 여러 삶들과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경험 자체가 내게는 귀하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킨다고 느낀다. 


역시, 이 정도면 되는 거 아닐까? 이걸 해서 그 이상 무엇을 얻어야 할까? 무언가 더 대단한 걸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할까? 그저 살고 싶은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인간의 삶이란, 그 무언가의 도구가 아니라, 그저 살고 싶은 삶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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