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토크에서는 깊이 고민을 하게 하는 인상적인 질문이 하나 있었다. 어떠한 자리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었는데, 그것은 내가 작가나 변호사로 살아가면서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몇 가지 생각들이 스쳐가는 가운데, 나는 먼저 '작가'로서 가장 벅찬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작가가 되었을 때, 가장 기쁜 건 책이 온라인 서점 순위권에 오르거나 판매지수가 높을 때였다. 때론 좋은 리뷰가 달릴 때도 여러 번 읽으며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것도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큰 기쁨을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온 대답은 나 스스로에게도 의외였다.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근 몇 년간, 내가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가슴 벅차고 뿌듯하고 가치 있다고 믿어지는 순간은, 글쓰기 모임을 할 때였다.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 같은 것은 거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더 깊은 감응을 얻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 시간을 너무도 소중하고 가치있게 여겨주고, 진심으로 몰입하고, 때론 눈물까지 흘려주면서 나는 '진짜 의미있는' 어떤 일을 한다고 느꼈다.
불과 전 날에도 글쓰기 모임 하나를 끝마쳤다. 올해 한 일 중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잘한 일이 글쓰기 모임을 한 것이라고 말한 분이 있었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고, 전환점이라고 말한 분도 있었다. 삶과 세상이 새롭게 열린 것 같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 나는 무언가 해냈다는 걸 알았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혼자서가 아니라 참여한 모두와 함께, 삶에서 가장 값진 시간 중 하나를 만들어낸 것이다.
글 써서 유명해지고 책 많이 파면서 얻는 기쁨은 사실 이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 누군가가 자기 삶에서 절대적일 정도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을 얻었다고 의심의 여지 없이 매우 분명하게 말해주는, 그런 시간을 함께 만들었다는 건, 내 잘난 맛에 취하는 것과는 역시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그것은 삶의 본질에 확실히 더 가까운 일이고, 삶을 값지게 경험하는 일이다.
'변호사'가 되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도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그것은 내가 나 자신을, 나아가 가족을, 보다 더 나아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가 생겼다고 느낄 때가 아닌가 싶었다. 문제를 바로보고 해결할 줄 알게 되는 것, 속수무책으로 발만 동동구르며 불안해하지 않고 명료한 실체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된 것, 그것이 역시 가장 좋은 일이었다.
그를 통해, 누군가의 사건을 무죄나 승소로 이끄는 것도 보람된 일이지만, 삶 자체에 보다 단단한 울타리를 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의지하며 바라볼 때 그것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참 값지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것 역시 거의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이었다. 나는 조금 더 안쪽에서부터 강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무지를 한 꺼풀 벗겨내고 앎으로 다가서며, 때로는 타인들도 들일 수 있는 거대한 방패를 지니게 되었다고 느낀다.
삶에서 중요한 여러가지가 있지만, 직업적으로도 점점 더 깊이 있게 느끼는 것들이 생긴다. 그리고 그 일에서의 핵심은 삶의 핵심에도 닿는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성 있는 삶의 핵심에 도달하는 한 방법에는, 나의 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을 찾는 것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