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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19. 2023

삶에서 자기만의 파도를 타는 것

Unsplash의Silas Baisch


올해에는 내 주변의 작가들이 그야말로 삶을 뒤엎고 새로운 시작을 한 경우가 많다. 정인한 작가는 새로운 카페를 열기로 했고, 김정주 작가는 목회를 그만두고 대리운전기사로 나섰다. 허태준 작가는 회사에서 나와 집필에 몰두했고, 이설아 작가는 살던 곳을 멀리 옮겨 정원을 가꾸는 삶으로 들어섰다. 김민섭 작가는 강릉에 책방을 차렸다. 모두 올해 시작된 일들이다. 


작가 밖으로 범주를 넓히면, 올해 무언가 새로 시작한 사람들이 주변에 더 바글바글하다. 모르면 몰라도, 한 시절을 함께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운명이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자는 여행자를, 순례자는 순례자를, 모험가는 모험가를 만나게 된다. 아마도 나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운명을 공유하는 시절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삶에는 분명 어떤 종류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들이 있다. 그런데 그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느냐에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광산에서 일을 하는 마을에서는, 혼자 옆 바다마을까지 나가보는 것도 몇 배의 용기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모두가 다른 섬을 찾아 떠났다 돌아오는 모험의 마을에서는, 나도 어렵지 않게 새로운 섬을 찾아 떠날 용기를 내볼 수 있다. 


우리가 하루하루 만나는 사람들, 오늘 읽은 책, 어제 본 영화 같은 것들은 그렇게 삶을 이룬다. 매일 연애하는 영화를 보는 사람은 낭만을 꿈꾸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연애 상대를 찾을 것이다. 매일 모험에 대한 만화를 보는 사람은 내일 모험을 떠날지도 모른다. 반대로, 매일 일상 연속극을 보거나 늘 오가는 곳의 변치 않는 사람들만 만나는 사람들은 그대로의 일상에 계속 머무르길 택할 것이다.


삶에 정답은 없고, 저마다에게 좋은 각자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삶의 어떤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면,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과 함께할 필요가 있다. 삶은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뭐랄까, 나는 휩쓸려가는 분위기가 칠쯤 되고, 고독하게 발휘하는 결단의 힘이 삼쯤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내가 남들이 모두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다면, 일단 접촉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올해는 내게 그런 해였다. 연초부터 김풍 작가를 시작으로 했던 인터뷰며, 새로이 만난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고, 그 속에서 나름의 파도를 타듯이 내가 원하는 '분위기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나의 흐름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자신의 파도를 만들어 서핑하며 나아가는 것이라면, 그 파도를 만드는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운'이랄 게 필요하다. 그러면 어느덧, 주위에는 나와 거대한 운명을 같이 타는 사람들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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