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수영하고 있으면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순간에는, 이를테면, 재즈바에서 칵테일을 즐기고 있는 커플이나, 입주이모님한테 아이 맡겨놓고 여유로운 오전을 누리고 있는 누군가나, 오픈카를 타고 해변을 달리고 있는 누군가도 전혀 부럽지 않다. 그 모든 값비싼 순간들이 하등 가치없이 느껴지고, 이 순수한 물의 촉감과 100%의 웃음만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삶에서 좇아야 할 게 있다면, 그렇게 세상의 모든 가치기준들이 별반 쓸모없어지는 순간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배운 것도 그런 순간들의 가치였다. 가장 값진 순간은 오션뷰 카페에 오픈런으로 달려가 예쁜 음료수 시켜 사진 찍고 SNS에 올리는 게 아니라, 바다에 뛰어들어 온 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게 잡고 조개 줍는 것이었다.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 마시며 부동산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아이랑 땅파고 눈사람 만들고 축구하는 게 더 영원함과 관련 있다고 느꼈다.
세상 행복이라는 것은 그 종류도 맛도 천차만별이니, 무엇이 다른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거나 행복 점수가 더 높다는 식으로 줄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세상에는 더 화려한 행복이라 말해지는 것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느끼는 화려함과 행복이 비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행복의 결은 저마다 다른 것이어서, 그 관계마다 고유한 방식을 찾아내면 되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고유성에 온전히 몰입할 때, 삶의 정수라는 걸 만나지 않나 싶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나만의, 우리만의 진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매우 관심이 있다. 이런 이야기는 타자의 기준, 타자의 행복, 타자의 욕망과 싸우는 최선의 무기라 느낀다. 온 세상이 값비쌈과 화려함을 가장 부러워하는 시대이지만, 나는 돈으로 환원할 수 없는 시간들에 더 근본적인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독서, 글쓰기, 가족과 보내는 시간, 물에 뛰어드는 용기에는 근본적으로 큰 돈은 필요없다. 다만, 멀리 떠나려면 여행 적금 정도는 들어야겠지만 말이다.
물가도 오르고 살인적인 부동산값에, 여러모로 돈에 대한 필요와 갈망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시절이다. 나도 현실 고민을 하느라 보내는 순간들을 모으면, 일주일에 100시간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에만 삶이 있고, 행복은 돈으로만 살 수 있으며, 가치 있는 모든 것이 비싸다고만 생각하는 건 그야말로 엄청나게 손해보는 일 같다고 느낀다. 마치 누군가의 음모나 가스라이팅에 조종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서라도, 그런 것들을 때로는 비웃을 수 있을 정도의, 자기만의 행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못가지면 지는 것이다. 100만 팔로워에 수십억 자산을 가져도 노예로 사는 것이다. 노예가 아닌 삶의 주인은 비교가 필요없는 자기만의 행복에 관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