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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May 05. 2024

행복한 사람이 되자

최근 읽은 연구결과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친구에 관한 연구였다. 한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에게 1.6km 반경 내에 사는 행복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25퍼센트 높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34퍼센트 높아진다. 우정에 관한 과학을 다룬, 로빈 던바의 <프렌즈>에 나오는 내용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받는 영향이 엄청나서, 가까운 사람이 우울하면 알게 모르게 영향받아 우울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나와 가까운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그의 여러 삶과 일상에 대한 태도로부터 영향받아 행복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85년간 2500명의 삶을 탐구한 하버드대학 연구팀의 <행복탐구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돈이나 직업이 아니라 '좋은 관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언젠가부터 행복한 사람들을 좋아했다. 행복한 사람들이 돈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느낄 때, 성공이나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자랑하기 바쁜 사람들은 불행해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만의 고유한 행복에 대해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홀로 동네천에서 기타치며 노래하는 자유나 딸과 보내는 주말 오후, 옛 친구들을 만나러 전국을 다니는 일에 관해 무엇보다 행복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인생의 조건이야 살아가다 보면, 좋지 않을 때도 있고 여유로울 때도 있는 듯하다. 내 주변에만 봐도, 누구나 힘들거나 어려울 때도 있고, 다소 여유롭거나 안정적일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측량 가능한, 정량화 가능한 조건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느낄 때가 많다. 다소 본능적으로, 자기만의 행복을 아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찾고 만나게 되면서, 나도 많이 행복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대략 그 시기를 따지자면, 로스쿨 다닐 무렵부터였다.


로스쿨에서도 매일 고통과 불행을 호소하며 우울에 젖어 살거나, 술마시고 허세부리며 스트레스 푸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교회를 다니며 자기 마음을 가꿀 줄 알아서, 언제나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눌 줄 아는 동생이나, 주말에 테니스를 치고 가족을 사랑하며 거기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고 사는 형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한 시절을 보내니, 나도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도 나는 불평불만에 절어 구제할 길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나, 세속적인 탐욕과 나르시시즘적인 허세에 빠져 돈과 명품만 밝히는 사람들이나, 획일적인 세상의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과는 거의 본능적으로 거리를 둔다. 반면, 자기만의 고유한 행복을 좇을 줄 아는 사람들은 자주 생각나고, 찾아가고, 만나자고 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받는 영향이 좋아서, 나도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힘을 내기도 한다. 선물을 주기도 하고, 일부러 많이 웃기도 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애쓴다. 그런 만남들은 늘 '뒤끝'이 참 좋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서,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친구인가 궁금해졌다. 바라건대, 그랬으면 싶다. 내가 당신의 1.6km 반경 안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이 행복할 확률이 높아진다면, 그 얼마나 밝고 아름다운 존재인가 생각한다. 삶의 보람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데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나의 존재로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고,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로서는 충분한 삶의 의미를 지닌 것일테다. 그러니까, 행복한 사람이 되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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