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꾸준하게 계속 해보는 거지, 뭐.' 지난 23년간 거의 매일 글을 쓰면서, 내가 믿었던 마음이었다. 요즘에도, 간혹 삶의 중심이 흔들릴 때면, 나는 속으로 이 말을 되뇌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꾸준히 해보는 거지, 뭐.' 이렇게 마음 먹으면, 대개 편안해진다. 일단, 꾸준히 해보는 것이고, 그 다음의 일은 그 다음에 가서 마주하면 된다.
내가 생각할 때 충분히 꾸준히 한 일들이 나를 배신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배신당했다고 한다면 배신당한 경험을 했다고도 할 법하다. 가령, 나는 원래 소설만 써서 먹고 사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폴 오스터 같은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꾸준히 써도 하루키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하다 보면, 내게 어울리는 나만의 길이 보이게 되었고, 지금은 나대로의 방식으로 계속 글쓰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밖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 대부분은 내 기준에서 아직 꾸준히 못한 일들이다. 변호사 일만 하더라도, 아직 10년이 되려면 더 꾸준히 가야 한다. 저작권 분야의 일도 작년에 책을 낸 뒤로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하진 않았다. '세상의 모든 문화' 같은 뉴스레터를 제대로 운영한 것도 2년 남짓 된 일이다. 인터뷰 프로젝트도 작년에 시작했고, 유튜브도 반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내가 썼던 글들을 릴스로도 만들어보고 있는데, 역시 몇 편 만들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내가 아직 '꾸준히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글쓰기와 독서, 운전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많은 것들을 '한 10년' 해봐야 하는 입장에 있다. 하다못해, 글쓰기도 책을 쓴지는 10년이 넘었지만, 페이스북에 글을 쓴 건 6, 7년 정도이고, 다른 SNS에 글을 쓴 건 그 절반의 시간도 안된다. 그러니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무엇이든 10년쯤 해서 쌓아보고 나서야, 꾸준히 해봤더니 어떻더라, 하고 말할 입장이 되는 것이다.
나름대로는 운동도 꽤나 의지를 갖고 한다고 생각했지만, 작년 초에 처음 헬스장에 간 것이었으니, 이제 1년 반 정도 간신히 조금씩 이어온 셈이다. 그것도 매일 한 것도 아니고, 평균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를 했으니, 조금 더 분발해서 운동 10년 한 사람이 될 때까지 가야 한다. 육아 책도 쓰고, 누가 보면 육아 고수라도 되는 줄 알겠지만, 겨우 만 6년 정도 했을 뿐이다. 얼마 전 공원에서 본 할머니가 나한테 "저 애송이가 애 아빠냐"라고 한 게 딱 맞는 셈이다. 나는 아직 애송이다.
꾸준히 한 10년 하고 나면, 그것이 내 삶에서 자기만의 모양과 색깔을 갖고 정착한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부터, 작년부터, 올해부터 나는 또 무엇을 시작하여 몇 년 뒤 '꾸준히 10년 한 사람'이 될지 생각해본다. 10년 만기 적금을 매년 하나씩 드는 것처럼, 미래가 다가올 때마다 나는 '이것을 꾸준히 10년 한 사람'이 하나씩 되어갈 것을 기대한다. 뭐가 됐든, 10년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그런 마음이 삶을 만든다. 올해부터 10년 뒤, 나는 또 무언가를 10년 한 마흔 여섯이 되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