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거듭하여 삶에 감사하고자 하고 있다. 지금 삶의 모든 것들을 그저 감사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낫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내가 아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몸이 있음에 감사한다. 그래서 이 시절의 감사함을 알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배우며 건강을 누리려고 한다. 언젠가는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때가 올테고, 그 때가 되면, 달리지 않은 지금을 참으로 후회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 키우는 시절을 고난과 저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능하면 감사하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더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다. 아이 덕분에 더 건강해지고자 애쓰고, 때론 순진무구하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은 느낌도 든다. 그 모든 것들에 감사하려 한다.
내가 사회적으로 활동하며,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찾아주는 곳들이 있다는 것에도 그저 감사하고자 한다. 나는 언제든 이 모든 것을 어떤 이유에서든 잃을 수 있다고 자주 생각한다. 당장 내년에는 하지마비가 올 수도 있고, 예상할 수 없는 어떤 일들로 나의 사회적 삶도 몰락할 수 있다. 그러니 그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산다. 언젠가는 일하고 싶어도 아무도 불러주지 않고, 나를 쓰지도 않은 시절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모든 날들에 감사할 필요가 있다.
역시 내가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도 그저 감사하다. 언젠가는 내가 만나자고 선뜻 연락할 사람도 별로 없고, 나를 반겨줄 사람도 별로 없는 외로운 때도 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인연들에 감사하면서, 좋은 영향도 많이 주고 받고, 딱히 누굴 미워하거나 증오할 것도 없이, 그저 좋은 관계들을 잘 맺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연에 감사하면, 관계에도 더 애써보게 된다.
살아오면서 내가 놓친 것들이나 얻지 못한 것들, 뒤처진 것들 등에 집착하면서 삶을 저주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개의 삶에는 사랑하고 감사할 만한 구석이 어디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에도, 우연히 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고시공부할 때, 친구가 준 초콜릿 하나나, 교내식당에 그날 내가 좋아하는 소울푸드가 나와서 감사한 마음이 든 적도 있다. 그런 것들 하나하로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 감사하는 일은 삶에 안주하거나 머무는 일만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삶에 감사할수록, 더욱 노력하며 나은 삶으로 나아가고자 애쓸 수 있다. 나태함이나 냉소는 감사함 쪽에 있는 태도라기 보다는, 오히려 감사함과 반대쪽에 있는 태도에 가깝다. 감사할수록 더 사랑하려 하고, 더 잘 사랑하려 애쓴다. 내가 어제 죽지 않고 오늘 살아있다는 건 얼마나 기적이고 우연인가. 내가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살아서 아이를 지켜줄 수 있다면, 아내와 함께 늙어가며 좋은 추억들을 쌓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한다.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찌 보면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