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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27. 2024

돈 말고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조만간 출간할 책의 제목은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로 정해졌다. 대략 삼십대 후반 정도의 나이란, 삶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정도는 스스로 정립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나름 시행착오도 정말 많이 겪었고, 여러 고민을 거치면서 살아오면서 쌓아온 내 삶의 태도를 정리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스스로 믿을 수 있는, 나 자신의 지침서 같은 것 하나쯤은 존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살아가면서 내가 믿어온 삶의 여러 태도들이 바뀌지 말란 법은 없다. 오히려 사람의 생각도, 태도도 계속 변해가는 일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서 배운 것들, 그 중에서 걸러낼 것들은 모두 걸러내고, 나 자신의 삶의 태도랄 것의 핵심을 제대로 규정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이 어쩐지 엉망진창으로 흘러갈 것만 같기도 했다. 되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명료한 가치기준을 가지고 살고 싶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살아오면서 '돈'을 신경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당연히 나와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위한 벌이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렇지만 오직 그것만이 중요했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완전한 거짓말이다. 내게는 살아오면서 그에 못지 않게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여러 가치들이 있었고, 그런 가치들을 삶에 어떻게 실현시켜야 할지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하며 살아왔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내 나름의 원칙들을 정리해낸 것이다.

그 원칙들이 내게 특히 중요한 이유는, 매번의 하루 끝에 내가 하나씩 만들어낸 내 삶의 경험적 원칙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대학원에 입학하여 행정조교를 하면서 끊임없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취업 준비나 법전원을 준비하며 어떤 선택의 기준을 가져야 할지를 거의 매일 고민했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내 나름의 기준 같은 게 있었다. 대표적으로, 나는 삶을 더 '어려워보이는' 쪽으로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그밖에도 수험생활을 하면서, 육아를 하고, 또 집안에 일어난 여러 풍파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이 하루를 대하고 견뎌내야 할지 같은 것들을 고민하는 과정에 필사적으로 만들어내고 의지한 내 안의 원칙 같은 것도 있다. 말하자면,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필사적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원칙 같은 것이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발라내어 내 삶의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결과물 혹은 부산물 같은 것이다.

아무튼, 원래 올해 출간 예정이었던 책들이 조금 더 있었는데, 이 책에 집중하느라 단독저서는 이 책 출간이 올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책에는 그 분들의 인터뷰가 정제되어 실려 있기도 하다. 나로서는 이렇게 만든 내 삶의 매뉴얼과 함께 또 다음 시절로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나 싶다.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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