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Jul 28. 2024

팔로워의 1%를 보며 글쓰기

내 페이스북에는 대략 3만 명,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등을 합치면 대략 2만 명 정도의 팔로워가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실제로 내가 책을 냈을 때 구매해주는 분들은 1% 남짓일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매일 그렇게 글을 쓰는 게 가성비에 안 맞지 않느냐, 이제 SNS 홍보는 끝났다, 별 의미 없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팔로워를 일종의 광고판으로 놓고, 상품 판매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언뜻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실제로 요즘에는 SNS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많고,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도 '그래서 얼마 버는데'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튜버 100만이면 얼마 버는데.' '그래서 페이스북 팔로워가 이제 돈이 되긴 되냐.' '그래서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수 10만이면 광고비 얼만데.' 같은 게 수많은 이야기들의 최종 결론 같은 것이다. 이건 비단 SNS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직장은, 직업은, 부동산은 얼마 버는데.


나도 산속에 살며 자급자족하는 인간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 살면서 '그래서 얼마 벌어야 될까' 같은 데 고민이 많은 그런 인간이다. 그렇지만 내 삶의 모든 것을 돈으로 환원하는 일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삶의 모든 걸 돈으로 환원하여 생각하며, 오로지 이익과 효율을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는데, 얼마를 벌건 그다지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더 많이 벌수록, 더 바빠지고, 더 많은 욕망에 사로잡히며, 더 많이 소비하다가, 그냥 그렇게 끝까지 사는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많은 일은 돈을 위한 것이지만, 그보다 내가 하는 더 많은 일의 근본적인 이유는 돈에 두지 않으려 한다. 애초에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건 15살 무렵이었는데, 순전히 글쓰는 게 좋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학교 끝나면, 부리나캐 집으로 달려가 밤까지 글쓰는 게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더했는데, 야자 끝나고 집에 가면 새벽 서너시까지도 소설을 썼다. 세상에 있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보다, 내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좋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글쓰기는 돈이 되지 않건 말건, 내가 거의 반평생 이상 해온 일이다. 당연히 그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놓을 수는 없지만, 그 고민에서 글쓰기가 '시작'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고민은 글쓰기가 시작되고 난 한참 '후'의 일에 가깝다. 돈은 벌리면 좋은데, 돈이 덜 벌린다고 글쓰기를 안할 건 아니다. 애초에 글쓰기는 내 삶에서 가성비의 영역을 한참 벗어나 있다. 내가 평생 글쓴 시간에 그냥 과외만 했더라도, 글써서 번 돈보다 훨씬 많이 벌었을 것이다. 


그래도 혼자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쓰던 시절, 혹은 블로그 방문객이 하루 2명이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 여러 면에서 더 좋지 않나 싶다. 실제로 SNS를 통해 알게 되어, 깊고 좋은 연을 맺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나 내가 아는 작가들은 거의 대부분 SNS로 알게 된 사람들이다. 나아가 매번 댓글로 받는 응원이라든지, dm으로 받는 글과 책에 대한 소중한 마음들 같은 건 글을 계속 써나가는 무척 중요한 동력이 되어왔다. 글쓰기가 혼자 외롭게 방 안에서 하는 일이라, 그 누군가에게 가닿는 일이라는 것을 가장 실감한 건 SNS 덕분이었다. 


그러니, 나로서는 실제로 내 글을 깊이 있게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것의 1%에 불과할지라도, 충분히 계속 써나갈 이유가 된다. 사실 1% 정도면, 그다지 적은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원래 세상의 평판이나 명성이라든지 인기 같은 건 다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고 과장되어 있는 법이다. 우리 주위에서 나를 존경하거나 멋지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서 실제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글쓰는 사람으로서는 언제나 1%, 세상의 1%, 인연의 1%를 보면서 갈 수 있다면, 제법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1% 정도면, 우리의 마음을 베팅해볼 만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겐 초라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전이 되었던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